소니 부활의 선봉, 요시다 회장 2선 후퇴

2025-02-18 13:00:27 게재

기업 상징 ‘워크맨’에서 ‘귀멸의 칼날’

“소니는 엔터 기업” … 이익 60% 육박

지난 13일 일본 도쿄에 있는 소니그룹 본사에서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요시다 켄이치로 최고경영책임자(CEO)겸 회장은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올해 4월 CEO를 그만둔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은 요시다 회장이 짧게는 7년, 길게는 12~3년간 소니를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주목했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소니를 재생시킨 ‘방계 CEO' 요시다 회장이 4월 퇴임한다”며 “그는 2013년 자회사 사장에서 소니로 복귀해 소니를 새롭게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분석했다. 아사히신문은 요시다 회장이 이끈 소니의 변화상을 “(기업의 상징을) ‘워크맨’에서 ‘귀멸의 칼날’로 바꿨다”고 표현했다.

소니그룹 현 CEO 요시다 켄이치로 회장(사진 왼쪽)과 차기 CEO로 확정된 토토키 유키오 사장. 사진 출처 소니그룹 홈페이지

워크맨은 1980년 ‘소니 신화’의 상징이다. 이동하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혁신적 제품으로 전세계적인 선풍을 일으키며 소니를 글로벌 최고 전자기업을 키웠다. 1990년대를 주도했던 콤팩트디스크(CD)도 소니가 처음 만들었다. 소니는 첨단 TV 등 21세기 초까지 이렇듯 글로벌 전자산업을 주도하는 기업이었다.

귀멸의 칼날은 일본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2019년 TV프로그램으로 제작됐다 이듬해 극장판으로 이어지면서 전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다. 일본 내 역대 흥행 1위는 물론, 한국에서도 수백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 작품을 제작한 '애니플렉스'는 소니그룹의 손자회사에 해당한다.

이처럼 ‘워크맨의 소니’가 ‘귀멸의 칼날 소니’로 바뀐 데는 기업 실적에서도 말해준다.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소니가 밝힌 2025년3월기 사업년도 예상 영업이익(1조3300억엔) 가운데 엔터 분야 비중이 60%에 육박한다. 플레이스테이션(PS) 시리즈 등 게임분야가 25%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음악(약 24%)과 영화(약 8%) 사업이 뒤를 이을 것으로 추정됐다.

'엔터 기업'으로 변화를 주도한 인물이 현 요시다 CEO와 전임 이데이 노부유키 CEO, 토토키 히로키 후임 CEO 등 3인방이다.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최근 소니그룹 특집 기사를 통해 이들 3인방이 소니를 어떻게 최악의 상황에서 부활시켰는지 자세히 조명했다.

특히 요시다 회장은 1990년대 후반부터 소니의 미래는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있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1983년 소니에 입사한 그는 1998년 CEO 비서실장 등 요직을 거치며 그룹내 핵심으로 기대를 받았지만 2005년 자청해서 자회사 대표로 나가면서 그룹 핵심업무에서 비켜서기도 했다.

요시다 회장과 일한 한 전직 간부는 “요시다 회장은 그 때부터 이미 전자부문에 대해서는 흥미가 없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요시다 회장 본인도 최근 닛케이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당시 소니의 주된 사업이었던 전자부문에 대해 부정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배터리는 많은 자본이 들어가고, 디스플레이도 대규모 장치산업”이라며 “다만 반도체를 계속한 이유는 ‘꿈과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요시다 회장은 그러면서 “2005년 소니커뮤니케이션네트워크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21세기는 엔터테인먼트의 시대라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이듬해 사명도 소니엔터테인먼트로 바꿨다”고 했다.

요시다 회장은 2018년 CEO겸 회장으로 공식 취임한 이후 “소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라고 강조하며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소니는 요시다 회장 취임이후 2023년까지 엔터 분야에 모두 1조5000억엔(약 14조원) 이상 투자해왔다. 요시다 회장도 “정말 많이 사들였다”고 말했다. 요시다 회장이 엔터 분야 폭풍 매수의 전기로 꼽은 계기는 2018년 EMI뮤직퍼블리션 매수다. 당시 매수 목적은 저작권이다. 우량한 컨텐츠는 수익원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믿음에 따른 매수였다는 후문이다.

이에 앞서 요시다 회장은 전임 이데이 회장을 도와 전자부문의 구조개혁도 앞장서 시행했다. 그는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있으면서 노트북 사업 매각과 인원 삭감 등을 주도했다. 소니의 한 전직 간부에 따르면, 요시다 회장은 TV사업부문 매각도 검토했었다고 한다. 당시 TV부문은 한국 업체등에 밀려 가격 및 품질경쟁력에서 어려움이 있던 때이다. 소니는 TV부문에서만 2004년부터 10년간 8000억엔(약 7조5000억원) 적자를 냈다.

한편 소니는 13일 기자회견에서 2025년3월기 실적 예상치와 관련 △매출 13조2000억엔(약 124조원) △영업이익 1조3300억엔(약 12조5000억원) △순이익 1조800억엔(약 10조1500억원)을 예상했다. 소니의 최근 주가총액은 약 23조7000억엔(약 222조원)으로 도요타자동차와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에 이어 세번째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백만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