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안전한 사회 만들기는 불가능한가
“제주항공 참사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깊은 상처이자 다시는 반복돼선 안 될 일입니다.”
지난 15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49재 합동위령제는 희생자 유가족의 눈물로 진행됐다. 이날 위령제를 끝으로 공식적인 장례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
179명의 안타까운 죽음을 떠나보낸 우리는 또다시 커다란 숙제를 떠안았다. 세월호 때도 이태원 참사 때도 우리는 ‘희생자들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렇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탓에 또다시 대형참사를 마주했다.
항공기 참사 이후에도 크고 작은 사고로 귀중한 생명을 잃었다. 하늘과 바다, 육지 어느 곳 하나 안전한 곳이 없다. 심지어 안전하다고 믿었던 학교조차도 앳된 생명을 지켜주지 못했다.
안타까운 슬픔을 마주한 우리는 또다시 철저한 진실규명과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미덥지 않은 정부를 탓하는 것도 이제는 지쳤을 정도다. 과연 안전한 사회는 없는 걸까. 어떻게 해야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모든 국민이 한번쯤 고민했을 숙제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우선 유가족 입장이 되어 사고 원인과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자칫 감정에 치우쳐 사리분별이 어렵다고 우려할 수 있지만 올곧은 수습과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선 먼저 유가족의 아픔을 공감해야 한다. 그래야 사소한 것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하찮은 것에서 진실을 파헤칠 단서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론 시간에 얽매지 않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세월호 참사나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때처럼 시간에 쫓겨 어설픈 조사결과를 내놓아서는 결코 안된다. 이것은 희생자 가족을 두번 울리고 불신을 조장하는 그릇된 일 처리다. 유가족들에게 진행 상황을 빠짐없이 공개하고 이후 진행할 일들을 소상하게 설명해 준다면 유가족들도 인내를 가지고 얼마든지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대전환을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12.3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대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다. 신뢰 잃은 정치를 바로 세우고 갈수록 추락하는 국가 경제력을 회복시키는 대개조와 혁신만이 대한민국의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빠뜨려서는 안될 게 ‘안전한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굳건한 사회안전망을 갖추기 위한 제도 개선과 함께 사회 운영체계를 바꿔야 한다. 그래야 소중한 가족을 잃은 모든 유가족에게 진정한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방국진 자치행정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