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증가폭 둔화…외상판매는 증가세 확대
대출 0.6%, 판매 2.1% 증가
은행 대출 막히자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했지만 외상으로 상품을 구입하는 판매신용은 증가폭이 더 커졌다. 전체 가계빚은 2분기 연속 1900조원대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2024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1807조원으로 3분기(1796.4조원)보다 0.6% 증가했다. 가계대출 잔액이 분기말 기준 18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123조9000억원으로 전분기(1112.1조원) 대비 1.1% 증가했다.

가계대출 잔액 증가세는 지난해 2분기(0.8%)와 3분기(0.9%)에 비해 둔화하는 흐름이다.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대출 증가세가 축소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683조1000억원으로 전분기(684.3조원) 대비 1.2% 감소했다. 다만 감소폭은 3분기(-2.7%)에 비해 둔화됐다.
김민수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주택 거래가 지난해 7월을 정점으로 줄어들었다”며 “9월 이후 스트레스DSR 시행과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등이 이어지면서 작년 4분기 가계대출 증가세가 안정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한 사이 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대출 증가폭은 커졌다. 이 기간 은행권 대출 잔액은 959조2000억원에서 966조1000억원으로 0.7% 증가해, 전분기(2.4%)보다 증가세가 둔화했다.
이에 비해 비은행권 대출잔액은 310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304.3조원) 대비 2.0% 증가했다. 비은행권 대출 잔액은 2022년 3분기(-0.2%) 이후 9분기 연속 감소하다 작년 4분기 증가세로 전환했다.
은행권 등 금융회사가 가계를 대상으로 한 대출 증가세는 줄었지만, 가계가 상품과 서비를 외상으로 구매하는 판매신용은 증가세가 커졌다. 지난해 4분기 판매신용 잔액은 120조3000억원으로 3분기(117.8조원) 대비 2.1%(2.5조원)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1.9%) 이후 2분기(0.1%)와 3분기(1.5%)를 포함해 3분기 연속 증가세가 커지는 양상이다.
판매신용은 재화와 서비스의 외상(신용) 거래를 의미하며, 주로 신용카드사나 백화점 등이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한 신용의 잔액이다. 지난해 말 기준 판매신용의 대부분은 카드사 등 여신전문회사가 제공한 것으로 집계됐다. 잔액은 119조967억원에 달했다.
한편 한은은 가계신용이 2000조원에 육박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김 팀장은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6% 이상 성장했기 때문에 작년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3년 연속 하락이 확실시된다”며 “가계부채 비율의 점진적 하향 안정화라는 정부와 한은의 목표에 부합하고 있다”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