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단축형 개헌 카드…조기 대선판 흔들 변수될까
김동연 “대통령 임기 2년 단축→2028년 총·대선 동시 실시” 여권 일각, 임기단축 개헌 고리로 중하위권 주자 연대 고심
더불어민주당 차기주자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17일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 개헌과 관련 “노무현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다음 총선과 (차차기 대선은) 그 시기를 맞춰야 한다”며 “이번에 조기 대선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 다음 대통령은 (임기를 3년만 하고) 다음 총선에 맞춰서 하자”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다음 대통령은 만약에 제 주장대로 하게 되면 임기가 2년 단축돼서 3년만 하게 되는 것”이라며 “그 다음 대통령부터는 분권형 4년 중임제로 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 대통령은 살신성인하고 자기 기득권 내려놓는 2년을 임기 단축하는 것인데, 딱 노무현 대통령이 말씀하신 것과 같은 내용”이라고 말했다. 올해 조기 대선이 실시된다면 거기서 선출될 차기 대통령 임기를 2년 단축하는 방식으로 개헌을 하자는 주장이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 개헌론이 쏟아지고 있지만 파급력은 약한 모습이다. 유력 차기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개헌론에 호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역대 개헌론의 재판이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중하위권 주자들은 개헌론을 통해 판을 흔들고 싶어 하지만 선두권 주자는 변수를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다. 수 십 년 동안 개헌론이 제자리걸음하는 건 선두권 차기주자와 중하위권 주자의 이해가 엇갈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김 지사가 제기한 임기단축형 개헌 카드는 얘기가 좀 다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막연하게 개헌하자는 게 아니라 조기 대선에서 선출되는 대통령 임기를 2년이나 단축하는 걸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중하위권 주자들이 임기단축형 개헌을 고리로 연대하는 시나리오가 벌써부터 제기된다. 여권 인사는 19일 “김 지사의 임기단축형 개헌 카드는 조기 대선판을 흔들 잠재력을 갖고 있다. 현재 중하위권에 포진한 여야 주자들이 임기단축형 개헌을 고리로 손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대 주자끼리 3년짜리 차기 대통령과 4년 중임이 가능한 차차기 대통령으로 역할 분담을 할 수 있는 만큼 임기단축형 개헌 카드는 조기 대선판을 흔들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헌법개정특위까지 만들만큼 개헌에 적극적인 국민의힘은 임기단축형 개헌 카드의 정치적 파괴력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조기 대선이 가시권에 들어온 가운데 여당 차기주자들은 이재명 대표에 뒤쳐진 형국이다. 한국갤럽(11~13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이 차기주자 지지도를 조사하자 이재명 34%, 김문수 12%, 한동훈·홍준표·오세훈 5% 등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대표에 비해 여권주자들이 약세인 것이다. 차기 대선 결과에 대한 의견을 묻자, ‘여당 후보 당선’ 40%, ‘야당 후보 당선’ 51%였다. 정권교체 흐름이 우위인 것이다. 다른 여권 인사는 “탄핵 정국에서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여당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판을 뒤집기 위해선 여당 주자뿐 아니라 야당 일부까지 손잡는 게 제일 좋은 수다. 연대를 성사시키기 위해선 주자들끼리 역할 분담이 가능한 임기단축형 개헌 카드가 고려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중하위권을 달리는 주자일지라도 임기단축형 개헌 카드에 선뜻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대선 승자가 되더라도 임기를 2년이나 단축해야 하고 △3년짜리 대통령이라도 주인공은 한 명이 될 수밖에 없는데다 △4년 중임이 가능한 차차기 대선후보 자리도 100% 보장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정권교체 민심이 우위인 상황에서 중하위권 여야 주자들의 연대가 자칫 권력을 나눠먹으려는 야합으로 비판받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여권 인사는 “여당이 판을 뒤집기 위해 (임기단축형 개헌을) 고민해 볼 수 있겠지만, 실현 가능성은 두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