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표심의 선택은…분노 표출이냐, 전략적 선택이냐

2025-02-21 13:00:08 게재

여당 경선 승패, 보수층·영남에 달려 … ‘반탄’ 기류

탄핵 인용에 분노 커지면 ‘반탄 후보’ 유리할 가능성

재집권 위한 전략적 선택 주목 …‘이준석 돌풍’ 전례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의 승패는 보수층과 영남권 표심에 좌우될 것이란 관측이다. 보수층과 영남권에선 ‘반탄(탄핵 반대)’ 기류가 강하다. 이들이 경선에서도 ‘반탄’ 표심을 쏟아낸다면 ‘반탄 후보’가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재집권에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찬탄(탄핵 찬성) 후보’를 찍는 전략적 선택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는 권성동 원내대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운데)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당원 50%+여론조사 50% 룰 = 국민의힘 대선 경선은 당원 50%+여론조사 50% 룰로 치러진다. 당원의 절반 가까이가 영남권에 포진해 있다. 여론조사는 역선택방지조항에 따라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야당 지지층은 배제된다. 여당 대선후보는 보수층과 영남권의 선택에 달렸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보수층과 영남권에서는 ‘반탄’ 기류가 강하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17~19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한 의견을 묻자 ‘탄핵 인용’ 55%, ‘탄핵 기각’ 39%였다. ‘탄핵 인용’이 16%p 높았다.

하지만 보수층과 영남권 기류는 달랐다. 보수층에서는 ‘탄핵 인용’ 23%, ‘탄핵 기각’ 73%였다. ‘탄핵 기각’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다. 대구·경북도 ‘탄핵 기각’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결정권을 쥔 보수층과 영남권은 ‘반탄 기류’가 강하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반탄주자에 더 쏠릴 것” = 보수층과 영남권은 조만간 열릴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어떤 표심을 보일까. 여권 일각에서는 ‘반탄’ 소신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여권 인사는 20일 “보수층과 영남권의 ‘반탄’ 기류는 확고하다. 탄핵이 인용된다고 해서 분위기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울분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보수층과 영남권의 ‘울분’은 ‘반탄 주자’에 대한 지지로 표현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탄 주자’로는 김문수 노동부 장관과 홍준표 대구시장, 나경원 의원, 이철우 경북지사 등이 꼽힌다.

이 인사는 “김 장관이 여론조사에서 여권주자 가운데 선두권을 달리는 건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 없다. 보수층과 영남권에서는 탄핵을 반대한 ‘꼿꼿 문수’를 이미 유력주자로 보는 것이다. 찬탄 주자들은 ‘배신자’ ‘기회주의자’로 본다. 탄핵이 인용되면 보수층과 영남권은 반탄 주자에게 더 쏠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앞선 4개 기관 조사에서 차기주자 지지를 묻자 이재명 31%, 김문수 10%, 오세훈 8%, 홍준표 5%, 한동훈 5% 등으로 나타났다. 김 장관은 보수층에서는 23% 지지를 얻어 선두권을 달렸다.

◆“본선 이길 후보 찾을 것” = 반면 일각에서는 보수층과 영남권이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내놓는다. ‘찬탄 주자’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대선을 이기기 위해 중도확장성이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찬탄 주자’를 찍을 것이란 얘기다. ‘찬탄 주자’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 등이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20일 “탄핵이 인용되고나면 보수층과 영남권의 분노도 어느 정도 잦아들면서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다. 분노가 식으면 다음으론 ‘어떻게 재집권할까’ 생각이 들 것이고, 그렇게 되면 본선을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찾게 될 것이다. 중도확장성 있는 찬탄 주자를 전략적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0선·30대’ 당 대표를 선출한 2021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전례로 제시했다. 이 전문가는 “당시 보수층과 영남권은 이준석 대표를 마음에 들어서 뽑았다기 보다는 미흡한 점이 많지만, 이듬해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이준석이 낫다는 판단에 따라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찬탄 주자 측근은 20일 “당원과 보수층이 탄핵 반대를 고수하면서 (대선 경선에서) 반탄 후보를 선출한다면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하는 것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 보수의 몰락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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