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 수요 급감하면 글로벌 금융·경제위기로 악화”

2025-02-24 13:00:03 게재

브루킹스 연구소, 미국 부채 위기 4가지 시나리오 제시

‘관세 부과 반발’ 외국 정부, 보유한 미 국채 대량 매각

정치적 갈등으로 국채발행한도 증액 실패 등도 예상 가능

미국의 정부 부채 증가 추세가 계속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미 국채 발행이 전 세계적인 금융·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뉴욕사무소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대표적 씽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는 미국 연방 부채 증가의 위험과 비용 평가 보고서를 작성했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지난해 미국 정부 부채가 GDP의 98%에 달하고 이는 제2차 세계대전(GDP의 106%, 194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30년간 부채는 계속 증가해 2054년 GDP의 166% 수준까지 늘 것으로 전망했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예상 가능한 미국 부채 위기 시나리오(4가지)를 작성했으며 미 국채로 인한 충격을 예상했다. 어떠한 원인으로든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감소할 경우 이는 미국 국채금리의 급격한 상승을 가져오고 필연적으로 미국 달러화와 주식의 폭락, 미국 재정·금융위기 및 광범위한 은행 건전성 문제 발생을 초래함은 물론 나아가 글로벌 금융·경제위기로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국채가 글로벌 금융환경에서 매우 높은 의존도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때문이며, 연준이 안정화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예상되는 첫 번째 시나리오는 외국 정부, 특히 중국이 미국의 무차별적 관세 부과 등에 대한 복수로 보유 중인 미 국채를 대량으로 매각할 가능성이다. 중국(홍콩 포함)은 약 1조달러의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비중은 약 3.5%다. 다만 중국 등 외국정부가 미 국채를 급작스럽게 매각해도 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양적긴축 과정에서 연준이 약 2조달러의 미 국채를 매각했음에도 금리 상승은 약 50bp(0.5%p) 수준에 그쳤다는 점에서 중국이 보유한 약 1조 달러의 미국채를 모두 매각해도 시장에서의 부정적인 영향은 양적긴축 때보다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정치적 갈등으로 국채발행한도 증액에 실패하는 경우다. 지난 2021년과 2023년에서 본 것과 같이 극단적 정치 갈등으로 인해 미 정부가 국채발행한도를 적시에 늘리는 것에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 국채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하락할 수 있고 실제로 신용평가사들이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시킨 사례도 있다. 다만 의회에서의 합의 불발로 미국 정부 부채한도가 증액되지 않더라도 기존 발행된 국채에 대한 이자지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장 혼란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미 연준이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지 않고 용인하는 경우다. 정부 부채 감소를 위해 외부에서 연준으로 하여금 고인플레이션을 용인하는 금리인하·동결을 강요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부채 가치의 실질적 절하를 위한 목적이다. 다만 연구와 실증적 경험을 바탕으로 부채감소 목적을 위한 의도적 인플레이션은 실질적인 효과가 없는 것으로 입증됐다며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네 번째 시나리오는 미 정부가 전략적 채무불이행을 선택하는 경우다. 현재 미국의 재정 적자 또는 부채비율의 절대적 수준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기간 내에 이를 해소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세수 확대 또는 재정지출 감소가 필수적이지만 고통스러운 선택임을 감안할 때 미국 정부가 전략적 채무불이행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경우도 미국정부가 국제금융시장의 접근성을 잃어버린다는 차원을 넘어서 금융시장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에서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매우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결론적으로 브루킹스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어떠한 시나리오에서도 재정위기 등이 초래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미국은 자국통화(달러) 부채를 갖고 있으며 동시에 중앙은행인 연준이 자국통화의 최종 대부자이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정부의 계속되는 높은 부채비율은 미래세대의 저축을 현 세대가 소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미래성장을 잠식할 우려가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금감원은 “해당 보고서가 미국 입장에서는 다소 당연한 결과를 도출한 것이라고 보일 수 있으나, 미국이 우리 경제를 보는 시각을 제시하는 것으로 바꾸어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한국은 대규모 채권자들이 급작스럽게 국채를 매도할 수 있으며, 한국 정부의 부채한도 증액 실패도 가능하고 나아가 외부 압박에 의해 한국은행이 높은 인플레이션을 용인할 수 있으며, 전략적 판단으로 한국 정부의 의도적인 채무불이행 가능성 등을 부채 위기 시나리오로 고려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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