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 해소’ 작은 미술관의 야무진 도전

2025-02-24 13:00:03 게재

전남 나주 영산포 살리기

주민 출자로 최근 개관해

전남 나주 영산포 주민들이 작은 미술관을 만들어 생활 인구 확대와 지역 활성화를 꿈꾸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영산포 색채를 만드는 사람들 협동조합’.

주민들이 출자해 만든 ‘문화터미널 아트스페이스 영산포’가 지난 15일 개관 전시회를 열었다. 사진 영산포 색채를 만드는 사람들 협동조합 제공

알싸한 홍어로 유명한 나주 영산포는 1990년 중반까지만 해도 인구가 2만여명에 이를 정도로 제법 큰 도시였다. 광주에서 해남 완도 등을 가려면 꼭 거치는 교통의 중심지였고, 홍어를 파는 상가도 즐비했다.

하지만 여느 지방의 중소도시처럼 1990년 후반부터 인구는 줄고 텅 빈 상가 늘어나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 현재 인구는 절반 가까이 줄었고, 한 해 출생아동은 20명으로 곤두박질했다. 게다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나주혁신도시가 인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하면서 구도심 쇠락을 촉진했다. 이런 탓에 그 흔한 미술학원이나 빵집 하나가 없는 썰렁한 지역이 됐다.

어린 시절 소중한 추억을 간직한 고향이 소멸 위기에 놓이게 되자 백다례 협동조합 대표 등 주민 5명이 지난해 6월 미술관 개관을 통한 지역 살리기에 나섰다. 5명은 우선 지역의 현실을 많은 주민들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했다. 쓰레기가 넘쳐나는 골목이나 공원 사진과 깨끗하게 청소된 사진을 대비해 올렸다.

또 오후 6시 이후 불이 꺼진 텅 빈 상가 거리 사진을 올려 주민들의 무관심을 자극했다. 이런 시도가 한 달가량 이어지자 주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협동조합 창립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미술관 개관에 돌입했다. 이후 지역주민 110명과 외지인 30명 등 140여명이 작게는 1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원을 각각 출자해 2500만원을 만들어 버스터미널 2층 287㎡(87평) 공간을 임대했다. 미술관 개관에 필요한 전기공사나 실내 장식, 20여점의 작품 등은 모두 재능기부를 통해 해결, 마침내 지난 15일 ‘문화터미널 아트스페이스 영산포’ 개관 전시회를 열었다.

마음을 졸이며 준비했던 전시회는 흔한 말로 대박이었다. 발길이 없었던 혁신도시 주민들이 미술관을 찾았고, 윤병태 나주시장과 지역구 국회의원인 신정훈 의원 등 150명이 참석해 미술관 개관 의미와 지역 문제 해결을 함께 공감했다.

어렵게 만들어진 미술관은 크고 작은 전시회를 열어 주민과 소통하고 생활 인구를 늘리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또 매월 초등학생과 어르신 각각 10명을 대상으로 그림그리기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운영비는 지방자치단체 공모사업과 함께 후원 등으로 마련할 생각이다. 백 대표는 “쇠락한 지역을 살리기 위해 주민들이 함께 고민하고 행동한 결과로 미술관을 개관했다”면서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 많은 분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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