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예금금리 잇따라 낮춰…대출금리는 거꾸로
신한·KB 연 2.95%, 2년 반 만에 최저
“기준금리 인하시 3%대는 사라질듯”
대출 우대금리 축소로 높은 수준 유지
국내 주요 시중은행이 잇따라 예금금리를 낮추면서 3%대는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이에 비해 대출금리는 내려오는 속도가 느려 예대금리차만 벌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대표 수신상품인 만기 1년 기준 ‘KB스타 정기예금’ 최고금리를 기존 연 3.00%에서 2.95%로 낮춘다. 이 상품의 최고 금리가 2%대였던 때는 2022년 7월로 이후 3%대를 계속 유지하다 이번에 약 2년 7개월 만에 다시 2%대로 내려왔다.

이에 앞서 신한은행도 지난 20일 대표적인 수신상품인 ‘쏠편한 정기예금’ 최고금리를 연 3.00%에서 2.95%로 내렸다. 이 상품도 최고 금리가 2%대로 내려 선 것은 2022년 6월 이후 약 2년 8개월 만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수신금리는 시장금리와 조달 상황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해 결정한다”며 “이번 금리인하는 은행 자금조달 금리가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시중은행도 예금금리 내리기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지난 14일 ‘하나의 정기예금’ 등 3개 상품의 12~60개월 만기 기본금리를 0.20%p씩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의 23일 기준 대표 정기예금상품 금리(1년만기 기준)는 연 2.95~3.30% 수준이다.
앞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하고 시장금리가 더 내려가면 은행권 예금금리는 3%대 상품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시장금리 하락에도 예금금리를 바로 낮추지 못하고 여론을 살피고 있다”며 “기준금리가 0.25%p 내려가면 은행권이 이를 명분으로 바로 대표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를 추가로 내려 3%대 금리는 점점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은행권은 고객으로부터 유치하는 수신금리는 빠르게 내리면서 빌려준 돈에 대한 이자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출금리는 기본금리에 고객 신용도 등에 따라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통해 금리를 깎아주는 구조이다. 은행권은 이 과정에서 우대금리를 대폭 낮추는 방식으로 실질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금리는 지난해 12월 기준 우대금리가 크게 줄었다. 예컨대 우리은행 우대금리는 기존 최고 2.23%에서 0.82%로 낮춰 1.41%p나 축소됐다.
이밖에 다른 시중은행도 우대금리를 비교적 큰폭으로 나췄다. 구체적으로 △신한은행 0.65%p(1.53%→0.88%) △하나은행 0.28%p(2.19→1.91%) △NH농협은행 0.24%p(1.88%→1.64%) △KB국민은행 0.13%p(2.45%→2.32%) 등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은행권을 대상으로 대출 차주와 상품에 따른 가산금리 변동내역과 근거, 우대금리 적용 현황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이후 한은이 기준금리를 두차례 인하하면서 통화정책 전환이 은행권에 어떻게 전달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