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원전 공사비’ 국제분쟁 비화되나
한전·한수원, 1조4천억원 추가비용 갈등 … 조정 실패시 런던국제중재법원으로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의 바라카 원전 관련 추가 공사비 갈등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공전하고 있다. 합의점을 찾지 못해 추가 공사비를 정산받지 못하면 배임 책임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는 한수원으로서는 국제중재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24일 전력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첫 해외 수주 원전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과정에서 생긴 1조4000억원대 규모의 추가 비용 처리 문제를 놓고 한전과 자회사 한수원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결국 국제 분쟁으로까지 비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김동철 한전 사장과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비공개로 만나 이 문제에 대해 협의했다. 하지만 상호 이견만 확인하고 구체적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실무진 간 협의를 이어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의 추가 공사 대금 정산을 요구하는 한수원과 발주자인 UAE측과 협의를 통해 ‘팀코리아’ 차원에서 추가 비용을 정산받는 것이 먼저라는 한전간의 입장차가 워낙 커 협의에 성과가 나지 않고 있다.
실제로 한전은 한수원에 추가 정산 내역을 검증하자거나, 정산 규모를 조정하자는 식의 제안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관계자는 “이견은 존재하지만 합의점을 도출하기 위한 양측의 실무협의는 계속되고 있다”면서 “조만간 합의점이 도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수원 관계자는 “협의는 지속하고 있지만 입장차가 커서 큰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국제 중재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한수원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첫 해외 수주 원전인 바라카 원전은 총 4기로 구성돼 있으며 한전이 2009년 한수원을 포함한 ‘팀코리아’의 대표로 나서서 약 20조원에 수주했다. 수주 15년 만인 지난해 1~4호기 모두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이후 주계약자인 한전과 시운전에 해당하는 운영지원용역(OSS)을 맡은 한수원 등 여러 협력사들이 최종 정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해 추가 비용 10억달러의 정산을 요구하는 ‘클레임’을 제기했다. 발주사인 UAE와 한전 등의 귀책으로 인한 공기 지연, 일련의 추가 작업 지시 등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한수원은 한전의 100% 지분 자회사다. 하지만 한수원은 OSS 계약의 경우 양사가 독립 법인으로서 체결한 계약이라 UAE 정산과 별개로 객관적 기준에 따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전은 ‘팀코리아’ 차원에서 UAE에 추가 공사비를 받아낸 후 이를 나눠 갖는 논의를 하자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김 사장은 지난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자회사인 한수원이 모회사인 한전을 상대로 추가 정산금을 요청하는 것을 두고 유감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는 일”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 발언이 전해지고 난 뒤 한수원 내부에서는 법인 간 계약에 따른 정산권 자체가 인정받지 못한다면 한전과의 협상이 더는 무의미하다고 보고 국제 분쟁으로 가기로 가닥을 잡고 관련 실무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수원이 한전에 최종 입장을 요구하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에 해당하는 요구를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전과 한수원이 체결한 OSS 계약에는 양사간 이견이 클레임 단계에서 조정되지 못하면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서 법적 해결을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전과 한수원은 이미 각각 국제 분쟁에 대비해 로펌을 선임해 둔 상태다.
한수원으로서는 추가 비용을 정산받지 못하면 자칫 배임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아 다른 선택지도 없다.
업계에서는 한전 역시 런던중재소로 이 사안을 가져가는 등 강수를 두지 않는 한 UAE측으로부터 추가 정산을 받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바라카 원전의 누적 매출 이익률이 지난해 상반기 현재 1%대라는 업계 분석도 나온다.
한전은 최종 정산 과정에서 추가 정산을 받지 못한 채 한수원에 지급할 비용만 추가되면 누적 매출 이익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한전이 향후 해외 원전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수익률 관리 문제로 부담을 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