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협상 놓고 미·불 정상 기싸움
“수주 내 종전” vs “안전보장 없는 휴전 거부” … 미·유럽, 새로운 안보 체제 모색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유혈사태를 끝내고 평화를 복구할 때”라며 “수주 내 전쟁 종결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그는 최근 미국과 러시아의 장관급 회담을 언급하며 “휴전과 영구적 평화가 모든 당사자들의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임 조 바이든 정부의 대러 강경 정책을 비판하며 “어리석은 외교정책이 수많은 희생을 낳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모스크바 방문 의사를 재확인하며, 상황이 정리된 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직접 대면해 협의를 진행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는 “유럽 평화유지군 배치 문제에 관해서도 푸틴이 크게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은 “안전 보장 없는 휴전은 재침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그는 2014년 크림반도 병합 후 체결된 민스크 협정이 재침공을 막지 못한 사례를 거론하며 “우크라이나의 항복이나 안보가 보장되지 않는 평화는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안전보장이 없는 휴전은 결국 또 다른 재침공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유럽이 주도하는 평화유지군 파병 구상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두 정상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진행 중인 광물 협정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종 합의에 접근했다”며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조만간 서명을 위해 방문할 예정임을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해당 협정을 “우크라이나 주권을 위한 중요한 공약”으로 평가하며 경제적 이해관계의 일치를 강조함과 동시에 양국 간 협력이 앞으로도 긴밀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미국과 유럽 간 방위비 재분담 문제도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 안보를 위해 더 많은 책임을 지겠다”며 NATO 내 GDP 대비 2% 국방비 지출 목표를 상회할 계획임을 내비쳤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GDP의 5% 지출”을 거듭 주문하며 유럽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어리석은 외교정책이 수많은 인명피해를 낳았다”며 미국 정부가 기존 정책과 단호히 결별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은 그동안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으며, 이제 자주적 방위 역량 강화를 통해 보다 강력한 파트너가 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자체 안보체계를 구축해야 함을 역설했다.
유럽 평화유지군 배치 논의도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였다. 프랑스와 영국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전후 우크라이나의 주요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해 도시, 항구, 에너지 시설 등을 대상으로 약 3만명 규모의 평화유지군 파병을 검토 중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안전 보장이 확실치 않은 휴전은 실질적인 평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미국이 직접 파병하지 않더라도 정찰 드론, 첨단 감시 시스템 등 실시간 정보 공유 및 보급 지원 등에서 적극 협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미국의 정보·군사 지원 없이는 대러 억지력이 약화할 수 있음을 시인한 셈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이 장기적인 평화와 안보 확보에 중심적인 역할을 맡아야 하며, 미국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지원만 필요하다”고 언급해 입장 차이를 분명히 했다. 다만 푸틴이 평화유지군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해 물밑 조율 가능성도 내비쳤다.
러시아는 지난 18일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통해 평화유지군 파병에 “절대 불가” 입장을 밝혔으나, 트럼프의 이번 발언처럼 푸틴 대통령이 유연한 태도를 보인다면 협상 탄력이 커질 전망이다. 이처럼 양국의 입장 차는 있었으나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후 유럽 정상의 첫 백악관 방문으로 의미를 지닌다는 게 중론이다. 나아가 유럽이 안보 주도권을 강화하며 미국과의 동맹을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은 향후 글로벌 안보 구도 변화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