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현재 인플레이션 상태"…기준금리 인상 속도내나

2025-02-25 13:00:05 게재

지난달 소비자물가 4.0% 상승, 코로나 이후 11.2% 올라

잃어버린 30년 상승분 육박…긴축으로 엔화 강세 유도

“이르면 상반기 추가 금리인상”…엔화 달러당 149엔 강세

일본은행이 자국내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커지자 인플레이션 국면으로 인식하고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조짐이다. 저금리 장기화로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수입물가가 올라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가속화 움직임에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강세다.

지난달 일본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4.0% 상승한 가운데 신선식품 등의 물가가 크게 올라 서민생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사진은 지난 21일 도쿄의 한 수퍼마켓 진열장에 놓여진 채소. 사진 EPA=연합뉴스

일본 물가 오름세가 거세다. 총무성이 21일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4.0% 상승했다. 지난해 10월(2.3%) 이후 넉달째 오름세를 보이고 있고, 상승률은 2023년 1월(4.4.%) 이후 2년 만에 가장 큰폭이다.

신선식품을 뺀 물가지수는 지난해 1월보다 3.2% 상승했다. 신선식품은 21.9%나 급등해 2004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밖에 전기요금(18.0%)과 도시가스(9.6%) 등 에너지 관련 물가도 크게 올랐다.

이처럼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2~3년새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총무성 등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990년 대비 2020년까지 30년간 11.6% 상승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확산이후 최근까지 11.2% 상승했다. 이른바 ‘잃어버린 30년’이라는 1990년 이후 30년간 오른 물가와 코로나19 이후 최근 5년간 물가상승률이 비슷한 셈이다. 그만큼 최근 물가 오름세는 국민생활 전반에 고통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가 상승세가 커지면서 일본은행도 움직일 태세다. 다카다 하지메 정책심의위원은 지난 19일 강연에서 “정책금리 인상은 경제 및 물가, 금융환경에 대한 영향을 검증하면서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면서도 “경제 및 물가 전망 경로가 실현되면 한층 속도를 낼 국면”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이달 4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현재는 디플레이션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상태”라고 말해 높은 물가상승률에 주목했다. 가즈오 총재는 지난달 24일 정책금리를 기존 연 0.25%에서 0.50%로 인상한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금융정책결정회의 때마다 그 시점에서 이용 가능한 데이터를 보고 적절하게 판단하겠다”고 했다.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조짐을 보이자 시장에서는 상반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점치는 분석도 나온다. 당초 올해 하반기 한차례 정도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에서 이르면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가능성을 점치는 양상이다. BofA증권은 일본은행이 올해 6월과 12월 0.25%p씩 0.50%p 인상을 통해 연말에는 기준금리가 1.00%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26년 7월과 2027년 1분기에 0.25%p씩 추가 인상을 통해 일본은행 기준금리 상한이 1.50%까지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며 “일본은행이 1월 회의에서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시사하면서 금융정책 방향성이 한층 매파적으로 전환했음이 분명해졌다”고 분석했다.

일본은행의 현행 정책금리(연 0.50%) 수준은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여기서 상반기 중 추가 인상을 통해 0.75%까지 오르면 1995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다.

한편 긴축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상승세다. 25일 오전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49엔대에 거래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140엔대를 보인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두달여 만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제조업지수 등이 악화하면서 미 국채 장기금리가 하락하면서 엔화가 상승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원엔 환율도 상승세다. 한국은헹에 따르면, 24일 원엔 환율은 100엔당 960엔대를 보였다. 원엔 환율이 960엔대로 올라선 것은 2023년 5월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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