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진공 “한-중-미 해상운송 축소가능”
동남아·유럽·중동항로 기회 ‘트럼프 2기 해운’전망 분석 컨테이너운임 6주째 하락
미국 무역대표부가 중국선사 소속 선박이 미국 항구에 입항할 때마다 선박당 최대 100만달러(약 14억원) 수수료를 부과하는 정책을 추진한다며 해운시장을 흔든 24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트럼프 2기 보호무역정책과 해운산업, 위기와 기회’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지난달 2조500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뒤에도 내리던 HMM 주가도 미국이 중국선사를 견제할 수 있다는 뉴스에 장중 최대 15% 이상 오르면서 52주만에 신고가를 기록한 날이다.
해진공은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바탕으로 추진하는 △관세를 통한 보호무역 체제강화 △무역협정 재편을 통한 경제블록화 △기술패권 경쟁의 안보화 등의 정책은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지지 속에서 의회 견제없이 전면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해운시장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멕시코 캐나다에 대한 추가관세 행정명령, 10~20% 범용 관세 도입, 중국 수입품에 대한 최대 60% 고율 관세 등은 기존의 전략적 관세적용을 넘어 무역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멕시코 무역이 증가하면서 철도 트럭 등 북미 내륙물류는 강화되고 기존 해상운송 비중이 줄어들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아세안 인도에서 북미로 우회 운송이 늘어나는 등 북미 수출입 기업들이 새로운 해상 공급망 경로를 모색할 수 있다. 선사들은 아세안 인도 멕시코 캐나다 등 항만과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도 커졌다.
트럼프는 ‘거래적 접근’을 통해 다자주의 무역협정 대신 양자협상을 선호하며 기존 협정 개정을 적극 추진 중이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상호무역을 더욱 강화할 전망이고, 이는 대서양 항로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중국과 교역은 줄어들면서 한국-중국-미국을 잇는 해상항로는 축소될 수 있다. 한국해운은 인도 아세안 등 대체시장으로 전략적 항로를 조정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게 해진공 분석이다.
해진공은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올해 발표한 ‘패권 지정학 그리고 무역의 미래’ 보고서를 인용, 글로벌 무역환경이 북미 중국 신흥국(글로벌 사우스)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고, 각 경제권 간 교역 흐름이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북미 지역내 무역을 강화하며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와 무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은 대미 무역흑자 관리뿐만 아니라 신흥국과의 경제협력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를 적극 추진해야 할 과제에 직면해 있다.
보스컨컨설팅그룹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국 관세인상으로 중국발 대미 화물운송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동남아 및 멕시코 환적을 활용하는 우회경로 활용빈도가 증가할 전망이다. 북미와 아세안·인도 간 교역은 연평균 4~6% 증가할 수 있다. 중국의 대응도 해운시장에 영향을 줄 변수다.
해진공 보고서는 중국이 3월 개최 예정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등 양회에서 △내수 중심의 성장전략을 강화하면서 △신흥시장과 협력을 확대하고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및 첨단기술 국산화와 함께 물류 인프라와 해운 네트워크 확장정책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해운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동남아 인도 유럽 중동시장에서 새로운 기회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해진공 분석이다.
해진공은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을 항해하는 원양선사의 경우 아시아~유럽, 중동~아프리카 등 새롭게 강화될 가능성 있는 무역루트를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중국과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 사이 화물 운송이 증가하면서 한국이 ‘환적 허브’(중심항)로서 역할을 강화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근해 및 동남아 항로를 운항하는 선사의 경우 동남아 인도 중동으로 물동량 증가가 예상되는 흐름에 맞춰 해당 지역과 네트워크를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한국이 환적항 활용도를 높이고 중단거리 신규 피더(간선) 서비스 확대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24일 해진공이 발표한 부산발 -컨테이너해상운임종합지수(KCCI)는 일주일 전보다 6.05% 내린 2530포인트를 기록했다. 부산항과 연결된 13개 글로벌 항로 중 북미 유럽 등 11개 항로 운임이 내렸고 중남미서안 항로만 올랐다.
중국항로는 일주일 전과 같았다. 상하이해운거래소가 21일 발표한 상하이운임(SCFI)도 9.3% 내린 1595.08포인트를 기록했다. 모두 올해 1월 이후 계속 내리막을 보이며 6주 연속 하락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