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속도 내는 ‘명태균 의혹’ 수사
서울중앙지검 이송 후 27일 명씨 첫 조사
김건희 통화 육성 공개, 짙어진 공천개입 의혹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지난 2022년 6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명태균씨와의 통화 육성이 공개됐다. 창원지방검찰청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은 이번 주중 명씨를 상대로 조사하는 등 수사에 다시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오는 27일 창원에서 명씨를 조사한다. 조사는 28일까지 이틀간 진행될 예정이다.
검찰은 명씨의 건강을 고려해 서울로 부르는 대신 창원에 내려가 조사를 진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무릎이 좋지 않아 서울까지 장시간 이동이 어렵다고 한다.
명씨에 대한 검찰 조사는 지난달 10일 이후 약 50일 만이다.
명씨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등으로부터 공천 관련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된 이후로도 그를 둘러싼 의혹이 확산돼 왔지만 검찰 조사는 한동안 중단됐었다. 검찰이 다시 명씨에 대한 조사를 재개하면서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검찰 수사가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으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 부부는 지난 대선 기간 명씨로부터 80여 차례 여론조사 결과를 받는 대가로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 전 의원이 공천받는데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이와 관련 시사주간지 시사인(IN)은 2022년 5월 9일 김 여사가 명씨와 통화한 육성 파일을 24일 공개했다. 통화 녹음에 따르면 김 여사는 “당선인(윤 대통령)이 지금 전화했는데 당선인 이름 팔지 말고 그냥 (김영선) 밀으라고 했다”며 “권성동(의원)하고 윤한홍(의원)이 반대하잖아요, 그렇죠?”라고 말했다. 이에 명씨는 “예. 당선인 뜻이라고. 그렇게 해야된다고 윤상현(의원)을 압박했던 것 같더라”고 답했고, 김 여사는 “하여튼 너무 걱정 마세요, 잘 될 겁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같은 날 윤 전 대통령이 명씨에게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했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하는 통화 육성을 공개한 바 있다. 명씨와 김 여사의 통화는 이로부터 40분쯤 뒤에 이뤄졌다.
윤 대통령의 육성에 이어 김 여사와 명씨의 통화 육성까지 공개되면서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 여권 유력 정치인들과의 연루 의혹도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명씨가 지난 2021년 홍 시장의 국민의힘 복당을 위해 자신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설득했다고 하는 내용의 녹취를 24일 공개했다.
녹취 자료에 따르면 명씨는 지인과 통화에서 “홍 대표(홍 시장)가 나한테 하루에 다섯 번씩 전화가 왔다”며 “나보고 복당시켜달라고, 그래서 김종인을 만나게 해줬잖아”라고 말했다.
명씨 변호인인 남상권 변호사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명씨와 홍 시장이 만난 것이 2021년 6월 외에 세 번 더 있다”며 “관련 증거를 검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남 변호사는 또 오 시장이 서울시장 선거를 앞둔 2021년 1월 명씨와 김 전 의원을 만나 ‘도와주면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자리를 (김 전 의원에게) 주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측은 입장문을 내고 “완전한 거짓말”이라고 부인했다. 홍 시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내가 사기꾼과 무어라도 작당한 게 있어야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털끝만큼도 관련 없으니 무제한으로 수사든 조사든 마음대로 해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명씨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선 수사팀이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