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칼럼
나무심기와 전략적 사회책임경영
트럼프 집권 2기 시작 후 월스트리트에서 전반적인 녹색금융과 ESG가 시련을 겪고 있다. 지속가능성 리트머스 시험지인 래리 핑크의 CEO편지 분석에 의하면 2020년 편지가 기후변화, ESG 및 지속가능성을 46번 언급했지만 2024년에는 기후변화 4번, 지속가능성 1번을 언급할 뿐 ESG 언급은 없다. 녹색금융과 ESG 투자의 역할을 기대해온 시민사회 및 산업계가 실망할 수밖에 없다. 텍사스주정부와 일부 펀드회사 등이 ESG 기준 투자를 공격하고 소송을 제기하면서 ESG 투자시장의 분위기가 위축되었다.
트럼프의 파리기후협약 탈퇴와 각종 반환경적 조치들로 지속가능성이 퇴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향후 에너지 전환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를 포기하고 다시 화석연료 시대로 돌아간다는 예상 아래 전략을 수립하기도 불안하다. 2024년에도 에너지전환 인프라 펀드는 전세계적으로 1조달러로 확대되었다. 석탄과 가스 수요가 증가했지만 재생에너지 생산과 수요도 최고점에 달했다. 화석연료를 타깃으로 한 기후변화 정책은 수십년 만에 큰 전환점을 맞았다. 반환경론자들은 정치적 극우이념으로 트럼프 정책에 편승해 그동안 국제사회가 공들여 쌓아온 지속가능발전의 성과와 희망을 짓밟고 있다.
지속가능발전 실천수단 자연에 눈돌릴 때
미국의 석유가스 산업과 트럼프의 경제적 유착관계는 당분간 지속불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에도 희망의 빛은 있다.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에너지 외에 순환경제와 생물다양성의 역할에 주목하는 글로벌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생물다양성과 자연자본을 활용한 기후 및 환경 문제에 대한 도전인 자연기반해법(NBS)이 국제사회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역설적으로 자연자본과 생물다양성 보전·활용은 그동안 산업계의 주목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트럼프주의자(Trumpist)들의 공격에서 비켜서 있다.
이제 지속가능발전의 핵심 실천수단으로서 자연에 눈을 돌려야 한다. 세계경제포럼 (WEF)은 2022년 보고서 ‘자연자본 투자(Investing in Natural Capital)’에서 전세계 GDP의 절반(44조달러) 이상이 자연자본에 의존한다고 밝혔다. 생산요소로서 자연자본의 가치가 점점 훼손돼 더 이상 GDP 성장이 어려워지거나 생산 유지 및 확대에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환경이슈 해결의 출발점은 문제의 심각성과 해결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것(awareness)이다. 2022년 제15차 생물다양성 당사국회의(COP 15)에서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가 채택되고 2030년 중기 목표와 함께 2050년까지 생물다양성의 완전한 복구가 목표로 제시된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
GBF에서 산업과 금융업계의 활동과 정보공시를 강조한 것은 생물다양성과 자연자본 이슈가 기업 전략의 영역으로 편입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 영향으로 2023년 9월 자연관련재무공시(TNFD) 가이드라인이 확정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현재 국제재무보고기준(IFRS) 제정을 진행하고 있다. 자발적 공시기준은 관련 규제와 금융시장을 여는 시발점이며 신호탄이라는 역사적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자연자본 및 생물다양성은 인류의 미래 삶과 생존을 위한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윤리적으로 지켜야 할 가치이지만 기업으로서는 전략적 고려와 접근이 필연적이다. 현재 한국 기업들의 생물다양성 관련 공시는 대체로 사회공헌활동이란 비전략적 접근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한국회계기준원 2024년 보고서 ‘생물다양성 공시의 글로벌 동향 및 국내 대응 방안’에 의하면 우리 대기업들은 서식지 보존, 산림보호 및 복원, 기부 및 봉사활동 등 비전략적 활동을 주로 한다.
반면 TNFD는 기업활동의 자연자본 의존도 및 영향, 그에 따른 재무적 위험 및 기회 등을 분석하고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관련 정보를 공시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분석과 보고에 있어 기업의 사업장 외에도 글로벌 공급망의 포함을 요구함으로써 공급망 관리 및 지속가능경영전략의 핵심의제로 자연자본과 생물다양성이 부상하고 있다.
사회공헌활동으로도 적합한 나무심기
나무심기는 미래를 위한 희망을 심는 일이어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으로 적절해 보인다. 그를 통해 좋은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는 효과도 기대한다. 하지만 이제 나무심기에 있어서도 본격적으로 전략적 계획과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첫째, 사회에 막연히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한다는 기부성 이미지전략에 그쳐서는 안 되고 가치사슬에서 자연자본 및 생물다양성을 향상시키는 네이쳐포지티브(nature positive) 전략을 적용해야 한다. 둘째, 자신의 사업장 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전략의 핵심의제로 자연자본과 생물다양성을 관리해야 한다. 셋째, 의존성 영향 위험 기회를 계량적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TNFD 보고서에 공시하는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마지막으로 단순히 나무 개체수를 늘리는 것보다 자연과 생물다양성 및 기후변화에 대한 NBS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