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임금·기능등급제, 건설업 정상화 초석

2025-02-26 13:00:04 게재

건설품질·안전·일자리 위기에 봉착 … 불법다단계 하도급, 공사비 삭감이 근본요인

#. 지난해 4월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한 전남 무안군 남악신도시 ‘힐스테이트 오룡’ 단지에서 외벽이 기우는 것을 포함해 무려 5만여건의 하자가 발견됐다. 10명의 사상자를 낸 27일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사고도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사다.

서울세종고속도로의 건설 현장에서 교량 연결작업 중 교각에 올려놓았던 상판이 무너져 내려 작업 중이던 10명의 노동자가 숨지거나 다쳤다. 25일 오전 9시 49분쯤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소재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구간 9공구 천용천교 건설 현장에서 교각에 올려놓았던 상판 4~5개가 떨어져 내렸다. 안성=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품질위기, 안전 위기, 일자리 위기를 맞고 있는 건설산업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적정임금제 도입·확산과 기능등급제 활용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성호·복기왕·김남근·박홍배·이용우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2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위기의 건설산업: 경쟁력 확보 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열었다.

토론에는 김명수 가톨릭대 교수를 좌장으로 김수봉 건설기능인협회 회장, 이명래 기능장, 신영철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 윤성준 한양공고 교사, 소영호 건설노조 정책국장, 심상철 대우건설노조 위원장 등이 참여했다.

심규범 건설고용컨설팅 대표(경제학 박사)는 기조발제에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 100원짜리 공사는 100원으로 시공해야한다. 명품아파트는 명품 기능인의 손에서 나온다”면서 “적정임금제 도입·확산과 기능등급제 활용방안 마련은 건설산업 정상화를 짓는 초석”이라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공동주택 하자 분쟁 신청건수가 2022년 3027건에서 2024년(추정치) 4679건으로 급증했다. 분양가는 높아졌는데 공동주택 하자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건설업 사망사고만인율은 2.16로 전산업(1.10)의 두배가 넘는다. 다양한 건설안전 제고 노력을 하지만 반복되는 건설현장의 재해는 끊이지 않는다.

공사비(특히 노무비) 삭감에 맞추기 위한 저임금 고용구조는 건설현장에 내국인 노동자보다 외국인근로자들로 채워지면서 저숙련자가 늘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기능인의 고령화가 심각하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평균 연령은 51.3세이고 40대 이상이 82.0%를 차지한다. 건설산업의 고령화와 청년층 진입의 급격한 감소는 숙련의 단절을 의미한다.

심 대표는 “건설산업의 불법다단계 재하도급으로 삭감되는 돈과 저숙련자 증가는 품질·안전 위기, 내국인 일자리 위기로 귀결되고 있다”면서 “이는 건설산업의 생산기반을 약화시키고 국가 경쟁력까지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건설기능인의 고령화가 심각하더라도 인공지능(AI)을 비롯한 4차산업혁명 수단으로 숙련인력을 대체할 수 있을까. 심 대표는 “건설물은 추위·바람·폭염 등의 기후적 요인에 노출되고 수평·수직으로 분산된 공간의 고르지 않은 바닥과 높은 곳에서 노동과정이 이뤄진다”면서 “이러한 여건은 표준화를 어렵게 해 기계화 및 자동화의 한계로 이어지고 대체하기 어려운 사람의 숙련은 더욱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에 청년층의 진입과 육성을 촉진하려면 먼저 명확한 직업전망을 제시해야 한다. 직업전망이란 일정한 경력에 상응하는 ‘직위’와 ‘임금’이다.

심 대표는 “불합리한 공사비 삭감의 진원지는 도급단계 말단의 ‘임금 삭감’”이라며 “공사비 삭감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은 ‘임금 삭감을 막을 수 있는 하한선을 규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프리베일링 웨이지’(PW) 제도(1931년)와 독일의 건설업 최저임금제도(1997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심 대표는 “청년층의 건설산업 직업전망을 위해서는 2021년 5월에 기능등급제를 도입하면서 미뤄놨던 ‘활용방안의 법제화’를 통해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기능등급보유자에 대한 활용방안으로 △건설업체의 시공능력평가요소에 반영 △전문건설공사 현장대리인 배치기준과 건설업체 설립요건에 선택적 반영 △핵심 기능인을 필수인력으로서 보유 △향후 등급에 상응하는 임금 차등화 등을 꼽았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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