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편 가르기 변론’, 여당 찬탄·반탄 충돌

2025-02-26 13:00:19 게재

윤, 헌재 결정 승복·국민 통합 메시지 안 내놔

대선 경선서 강경파-온건파 갈려 갈등 불가피

윤석열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했고 탄핵의 부당성을 역설했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고, 국민 통합도 당부하지 않았다.

결국 윤 대통령의 ‘편 가르기 최종 변론’은 국론과 여야, 여당 내부의 분열을 더 부추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여당은 탄핵 인용 뒤 실시될 대선 경선에서 내전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주주 권익 및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경제단체 간담회에서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25일 최종 변론에 나서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헌재 재판관들에게 탄핵 기각을 당부했다. 하지만 헌재 결정에 대해 “승복하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 국민을 향해 “헌재 결정을 따르고 더 이상 분열하면 안 된다”는 당부도 없었다. 탄핵 반대를 주장해 온 국민의힘과 강성보수층에게 앞으로도 자신의 편을 들어줄 것을 종용한 것으로 비쳐진다.

결국 윤 대통령의 ‘편 가르기 변론’으로 인해 국민의힘은 내달 헌재 선고 이후 내전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윤심’을 좇는 국민의힘과 강성보수층 등 반탄파(탄핵 반대파)는 헌재 결정에 불복하고 싸울 가능성이 높다.

반면 여당 내 찬탄파(탄핵 찬성파)는 “탄핵에 승복하자”는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 인용 뒤 실시될 조기 대선 경선이 반탄파와 찬탄파의 대결 구도가 될 것으로 점쳐지는 대목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24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국민의힘이 탄핵 결정 이후 내부 분열이 더 심해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윤 대통령의 ‘편 가르기 변론’으로 화합 시나리오는 물 건너간 모습이다.

반탄파로 꼽히는 김문수 노동부 장관과 홍준표 대구시장은 ‘윤심’을 업고 당원과 보수층에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한국갤럽 차기주자 조사(18~20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9%로 여권 내 선두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지층(25%)과 보수층(23%), 탄핵 반대층(26%)에서 상대적 강세다. 여권 인사는 25일 “탄핵이 인용되면 탄핵 반대층이 더 강하게 결집하면서, 반탄파 후보가 (경선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찬탄파로 분류되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은 경선에서도 ‘윤심’과 싸워야 하는 처지가 됐다. 앞서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83%)과 보수층(69%)은 탄핵 반대가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이 ‘편 가르기 변론’을 내놓은 이상, 국민의힘 지지층과 보수층이 갑자기 찬탄파 지지로 선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여권 인사는 “윤 대통령은 사실상 탄핵을 주도한 여당 찬탄파 인사들에게 격노한 상태다. 찬탄파가 여당 후보가 되는 걸 어떻게든 막으려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국민의힘 지지층과 보수층에서 재집권 요구가 더 커진다면 반탄파를 찍는 ‘분노 표출’보다 찬탄파를 찍는 ‘전략적 선택’을 할 가능성도 여전하다는 관측이다. 대선 본선에서 이기기 위해 보수층에 갇힌 반탄파보다 중도확장성이 있는 찬탄파 주자를 고를 것이란 얘기다.

또 다른 여권 인사는 “친윤 의원들 사이에서도 ‘재집권 못하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간다’ ‘반탄파 주자로는 대선 본선을 못 이긴다’ ‘재집권하려면 중도확장성 있는 찬탄파 주자를 세워야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고 전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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