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현이한테 더 얘기할게”

2025-02-26 13:00:47 게재

‘공천개입 의혹’ 윤 대통령 육성 추가 공개 파장

김건희 여사 목소리 이어 구체적 정황 드러나

검찰 수사 불가피 … 대검 차장 “처음부터 다시 결정”

지난 2022년 6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명태균씨와의 통화 육성이 추가로 공개됐다. 공천 개입 정황을 보여주는 김건희 여사의 통화 목소리에 이어 윤 대통령의 육성까지 공개되면서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시사주간지 시사인(IN)은 전날 지난 2022년 5월 9일 오전 10시쯤 이뤄진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 녹음을 공개했다.

통화 녹음에 따르면 명씨는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을 부탁했고, 윤 대통령은 “처음에 딱 들고 왔을 때부터 여기는 김영선이를 해줘라 이랬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의 답변이 못 미더웠는지 명씨가 김 전 의원의 대선 공헌도를 언급하며 권성동, 윤한홍 의원이 반대하고 있다는 당내 분위기를 전하자 윤 대통령은 “권성동이는 나한테 뭐라 얘기는 안하고, 윤한홍이도 나한테 특별히 뭐라 얘기 안하던데”라며 “하여튼 (윤)상현이 한테 내가 한 번 더 얘기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했다.

이날 공개된 윤 대통령의 통화 육성은 지난해 10월 민주당이 폭로했던 통화 녹음의 전체 원본이다. 당시 민주당이 공개한 녹음에는 통화 앞부분에서 윤 대통령이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건 김영선이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하는 대목만 담겼었다.

당시 논란이 커지자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7일 대국민담화에서 “누구에게 공천을 주라고 얘기한 적도 없다”며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이 정진석 비서실장인 줄 알고 있었다”며 “당시 국민의힘 공관위원장이 윤상현 의원인지도 몰랐다”고 했는데 모두 거짓말로 드러난 셈이다.

시사인은 이에 앞서 24일 김 여사와 명씨의 통화도 공개했다.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 40분쯤 뒤에 이뤄진 이 통화에서 김 여사는 “당선인(윤 대통령)이 지금 전화했는데 당선인 이름 팔지 말고 그냥 (김 전 의원을) 밀으라고 했다”고 명씨에게 말했다. 김 여사는 또 당내 분위기를 알고 있다는 듯 “권성동하고 윤한홍이 반대하잖아요, 그렇죠?”라고 했고, 명씨는 “예, 당선인 뜻이라고 그렇게 해야된다고 윤상현이를 압박했던 것 같더라고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 여사는 “하여튼 너무 걱정 마세요, 잘될 거예요”라며 명씨를 안심시켰다.

실제 명씨가 윤 대통령, 김 여사와 연이어 통화한 다음날 김 전 의원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됐다.

윤 대통령 부부가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더 구체화되면서 검찰 수사 압박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은 “취임식을 하루 앞둔 당선인이 본인의 권력을 앞세워 공천을 밀어붙인 배경은 무엇인지 당장 수사해야 한다”며 “윤석열에게 명태균과 김영선이 어떤 도움을 줬길래 국회의원 자리로 보답을 받은 건지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진동 대검 차장은 25일 국회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윤 대통령 부부 소환조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아직 검토된 바는 없고 소환을 안하겠다고도 결정된 게 없다”며 “처음부터 다시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총장을 비롯해 수사를 철저히 하겠다는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차장은 또 김 여사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과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난 것과 관련해 “그건 저희도 최근에 안 사실”이라며 “모든 의혹을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 “누구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 없다”고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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