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미만, 중도금·전세금’ 대출도 깐깐하게…“소득심사 필요”
금융위 ‘상환 능력 중심’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
DSR 적용 대출 44% 수준, 대상 점차 확대 예고
지방 부동산 위축 고려, 관련 대출 여력 추가 부여
금융당국이 현재 소득심사 대상에서 빠져 있는 대출에 대해서도 차주의 상환 능력을 고려해 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가계부채 관리에 고삐를 쥐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2025년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가계부채 관리방안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중심의 여신관리와 관련해 총액 1억원 미만, 중도금·이주비 등 소득심사를 하지 않는 가계대출도 금융회사가 소득자료를 받아 여신관리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소득자료를 바탕으로 은행별 자체 DSR 분석 및 리스크 관리계획 수립·이행 등 시범운영을 거쳐 자율규제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회사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적합성·적정성 원칙에 따라 대출 취급시 소득 및 재산상황을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DSR은 가계 대출 차주가 1년간 갚아야 할 총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차주의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이 이뤄지도록 하는 규제다. 현재 DSR은 차주의 특성·상황에 관계없이 은행권의 경우 40%, 비은행권 50%로 한도 규제가 시행되고 있어서 한도 비율이 넘어가면 추가 대출을 받지 못한다.

◆“소득의 40% 빚 갚는데 사용 과해, DSR 더 낮춰야” = 금융위는 차주별 상황을 고려할 수 있는 금융회사 자율의 여신·건전성 관리체계로 점진적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현재 금융권 전체 대출에서 DSR이 적용되는 대출은 44% 가량된다”며 “56% 정도가 빠져있는데, 시간을 두고 차차 정교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권 처장은 “(현재 은행권 DSR 40%와 관련해) 자기가 번 소득의 40%를 빚 갚는데 쓴다면 과하지 않느냐”며 “DSR은 갚을 수 있을 만큼 (대출을) 해서 소비자를 보호하는 측면도 있지만 금융회사의 건전성, 또 소비 여력을 보강하는 그런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것 보다 낮은 수준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은행권 가계대출 신규 취급액 중 약 29%만 DSR이 적용되고 있다. 총액 1억 미만(11%), 중도금·이주비 등(17%), 전세대출(10%), 정책대출(19%)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7월 부터는 3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된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 금리변동 위험을 반영하기 위해 일정수준의 스트레스 금리를 가산, DSR 산정시 적용하는 더 강화된 규제다. 스트레스 금리가 추가되면 대출한도는 줄어든다. 3단계 스트레스 DSR은 모든 대출에 적용되고 1.5%p의 스트레스 금리 추가가 예정돼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추이와 부동산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4~5월 중 구체적인 적용범위와 스트레스 금리 수준 등을 확정하기로 했다.
또 금융권의 순수 고정금리 취급 확대를 위해 혼합형(변동형+고정형)·주기형(일정 기간마다 금리 재조정) 대출에 대한 스트레스 금리 반영비율을 상향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전세대출·보증에 대한 관리도 강화된다. 은행의 여신심사와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유도하기 위해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90%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주택보증공사, 서울보증 등이 100% 보증을 해주면 은행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 없지만 보증비율이 90%로 낮아지면 은행도 여신 심사를 깐깐하게 할 수밖에 없다. 주택보증공사는 전세보증시 주택금융공사, 서울보증과 같이 소득심사체계를 도입한다. 또 보증한도 산정시 선순위 주택담보대출 여부와 규모를 고려하고, 악성 임대인 등을 검증하는 등 임차인과 전세물건에 대한 상환능력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지방 주택담보대출, 은행권에 인센티브 = 금융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지속적으로 하향·안정화하기 위해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3.8%) 내로 관리하겠다”며 가계부채 관리 목표를 정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과 논의를 거쳐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은행권은 1~2%, 지방은행은 5~6%, 상호금융은 2% 후반, 저축은행은 4% 정도로 관리할 예정이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으로 자금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지방은행과 2금융권에 다소 여유있게 대출여력을 부여했다.
금융위는 “확대된 유동성이 수도권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지방에 대한 자금공급 비중 유지를 지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침체된 지방 부동산 시장을 고려해 시중·지방은행이 지방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확대할 경우 가계부채 관리상 인센티브 부여하기로 했다. 지방 주담대 취급 확대액의 약 50%를 연간 가계대출 경영목표에 추가 반영하는 방식이다.
이와함께 경기둔화 우려 등을 고려해 서민금융 공급을 확대하고, 금융회사도 적극 취급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정책서민대출(전액) 및 폐업자대환(전액)을 관리실적에서 제외해 별도 관리하고, 제2금융권 사잇돌·중금리대출 실적(일부)을 연간 가계대출 경영목표에 추가 반영하기로 했다. 정책서민금융 연간 총 공급규모는 10조원에서 11조원으로 확대했다.
정책대출(디딤돌·버팀목·보금자리론)의 경우 작년과 유사한 수준인 약 60조원 내외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과도한 수요나 쏠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출 공급상황 모니터링 및 한도 관리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다만 보금자리론의 경우 소득·주택가액 등 요건은 원칙적으로 전년 수준을 유지하되, 저출생 대응 강화를 위해 다자녀 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로 완화했다. 신혼부부 우대금리는 0.2%p에서 0.3%p로 확대했다. 또 보금자리론 생활안정자금 용도에 소상공인, 비수도권 주택, 피상속·피증여자 대출상환·세부납부 등을 추가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