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숙·재생원 불법수용 뒷배는 ‘부산시’
진화위 “중대인권침해”
181명 진실규명 결정
부산 최초 부랑인 집단 수용시설이었던 영화숙·재생원에서 중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는 공식 조사 결과가 나왔다. 불법수용 배경에는 부산시가 있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6일 오후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숙·재생원 인권침해 사건을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판단하고 조사대상자 181명에 대해 진실규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에 대해 △피해자에 대한 공식 사과 △위로금과 생활지원금 및 의료비 지원 등 실질적 피해 회복조치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후유증과 트라우마 등을 장기적으로 치유·관리할 수 있는 계획 수립·시행 △시신 암매장 추정 지역에 대한 유해 발굴을 권고했다.
영화숙·재생원은 사하구 장림동에 위치한 부랑인 집단수용시설이다. 657명이 사망한 것으로 밝혀진 형제복지원(1975~1987년) 직전인 1962~1971년까지 운영된 부산 최대규모 시설이다. 2600여㎡ 부지에 18살 미만은 영화숙, 18살 이상은 재생원에 나눠 수용했다.
영화숙·재생원은 법적 근거 없는 자체 단속반을 운영해 단속했다. 실적을 올리기 위해 부모있는 아이들까지 마구잡이로 감금했다. 부모나 친척이 있는지 찾아주려는 노력은 없었다. 부모들이 찾으러 와도 없다고 돌려보냈다. 연고자가 있는데도 강제수용된 인원은 조사대상자 181명 중 130명이었다.
두 시설에 수용된 원생들은 각종 강제 노역에 시달렸다. 시설 내 건설현장은 물론이고 각종 축산 및 농업현장에 동원됐다. 보상은 없었다. 부산시도 이들을 이용했다. 당시 김현옥 부산시장은 영화숙과 약정협약을 체결하고 낙동강하구 갈대밭 46만㎡를 농지로 개간했다.
원생들은 수시로 구타와 폭행은 물론 성폭행까지 당했다. 탈출과 폭행과정에서 사망자도 나왔다. 시설 내 암매장을 목격한 인원은 24명이라고 진술했다.
불법 수용 과정에는 부산시 책임이 컸다. 시는 영화숙·재생원과 부랑인 선도(수용보호) 위탁 계약했고 부산시재생원설치조례도 만들어줬다. 이를 뒷배 삼아 영화숙·재생원은 민간인 신분으로 불법 단속에 나설 수 있었다.
묻혀 있던 이 사건은 진화위가 지난 2022년 8월 형제복지원 사건을 중대 인권침해라고 공식 확인한 이후 피해자들이 하나 둘 모이며 밝혀졌다.
피해자인 장예찬 씨는 “7살에 엄마를 찾아 나섰다가 잡혀가 부모를 찾았을 때는 이미 20살이었다”며 “다시는 이런 아픔이 반복되지 않게 해달라”고 말했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