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정갈등 해소’ 막판 설득나서

2025-02-27 13:00:30 게재

개강 앞두고 증원 철회설까지

의료계선 아직까지 ‘시큰둥’

의정 갈등이 1년 넘게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3월 의과대학 개강을 앞두고 의대생 복귀를 설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모집 정원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반응은 아직까지 시큰둥하다.

27일 교육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4일 의대 학장단 간담회에 참석해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포함한 의대 교육 정상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정부에 2026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 전인 2024년도의 3058명으로 돌려달라고 공식 건의했다.

이날 이 부총리는 의대생들이 학교에 돌아오고, 각 대학이 의대 모집 인원을 2024년도 수준으로 줄인다면 정부가 노력해보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 갈등이 계속되고 탄핵 정국으로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의대 정원을 다시 줄이겠다고 나서기는 쉽지 않지만 의대생 복귀가 전제된다면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 교육당국의 생각으로 풀이된다.

특히 교육부가 대한의사협회와도 비공식적으로 2026학년도 의대 정원 3058명 안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는 일부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의협은 “논의 자체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정부가 의정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물밑 접촉을 시도하는 상황에서도 아직까지 의료계 전체 반응은 시큰둥하다.

의대생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휴학계를 냈거나 낼 예정으로 복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정부의 ‘검토’ 말만 믿고 복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전공의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립대병원 8곳에서 지난해 2월 병원을 떠난 전공의 대부분이 올해 상반기에도 복귀를 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강경숙 의원(조국혁신당)은 전국 8개 국립대병원에서 제출받은 ‘올해 1~2월 진행된 2025년도 사직 전공의 채용 현황’에 다르면 서울대병원은 지난 1월 사직 전공의를 대상으로 레지던트를 모집했다. 하지만 지원율은 2.8%(16명 지원)에 불과했다. 이 중 154명을 뽑는 레지던트 1년 차 모집에는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

경북대병원의 레지던트 지원율은 3.2%(189명 모집에 6명 지원), 인턴 지원율은 0%(80명 모집)였다.

다른 국립대들 사정도 비슷했다. 경상국립대(본원)는 인턴 및 레지던트 1년 차 지원율 0%(91명 모집), 전남대병원은 레지던트 0.4%(256명 모집에 1명 지원)·인턴 0%(111명 모집), 전북대병원 레지던트 0%(191명 모집)·인턴 3%(73명 모집에 2명 지원), 제주대병원 인턴 0%(22명 모집), 충남대병원 레지던트 0.5%(220명 모집에 1명 지원)·인턴 0%(81명 모집), 충북대병원 레지던트 및 인턴 0%(90명 모집)로 나타났다.

특히 수련병원에서 사직했거나 임용을 포기한 레지던트 9222명 중 지난달 기준 5176명(56.1%)이 의료기관에 재취업했다. 또 재취업 전공의 5176명 중 58.4%인 3023명이 의원급 의료기관에 근무 중이다.

의대 증원 철회설이 알려지자 경실련,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한국노총, 한국환자단체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국민중심의료개혁연대회의는 26일 성명서를 내고 “의대 증원을 두고 의정 간 밀실 합의는 있을 수 없다”며 “국회가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법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교육부는 논란이 커지자 “의대 정원 증원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이 부총리는 26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정 갈등 해소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국민 의견을 고려할 때 사회적 대타협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답변을 의대 학장들께 드렸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2026년 의대 정원이 증원 전 인원이 될 것이란 보도에 대한 입장이 무엇이냐’는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의 질문에 의대 학장 협의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와 대화 자리에서 의대 학장들이 (2026년 정원으로) 3058명을 건의했다며 이같이 답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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