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탄핵 기각” 고수…조기 대선 ‘어쩌나’

2025-02-27 13:00:47 게재

탄핵 찬 60%, 반 34% … 여당, 여론 기류와 다른 길

조기 대선 ‘불리한 구도’ 자처 … “찬탄 주자 세워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국민의힘이 막판까지 “탄핵 기각”을 외치고 있다. 탄핵 인용이 다수인 여론과 반대로 내달리는 것이다. 5월로 예상되는 조기 대선에서 불리한 구도를 자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의 최종 변론이 이뤄진 다음날인 26일 국민의힘 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탄핵 기각·각하”를 외쳤다. “헌재 선고를 기다리자” “헌재 선고에 승복하자”는 ‘모범 답안’ 대신 “기각” “각하”를 재차 요구했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승복 대신 저항에 나설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집권여당이 헌재 결정에 승복하지 않는다면 탄핵 찬반을 둘러싼 국론 분열은 극단적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당내에서도, 국민들 사이에서도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것으로 보는데 내가 구체적으로 밝히는 건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우리 당의 대통령으로서 그렇게(기각)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5선 나경원 의원은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계엄 과정 등을 보면 ‘설사 헌법 위반이라고 하더라도 대통령 탄핵, 파면에 이를 정도가 아니지 않냐’라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헌재가) 법률가적 양심에 따라 재판한다면 이 사건은 각하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5선 윤상현 의원은 SNS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은 편법으로 청구된 ‘요건 미달 심판’이고, 헌재의 위법성이 드러난 ‘부적법한 심판’이고, 증인과 증거에 대한 충분한 심리과정을 진행하지 않은 ‘미진한 심판’”이라며 “따라서 기각이 아니라 각하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결론적으로 이번 탄핵은 기각돼야 마땅하다”며 “그 이유는 탄핵 과정에서 공정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계엄 선포와 전개 상황 역시 탄핵 사유가 될 만큼 심대하다고 보기엔 이론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탄핵 인용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별로 들리지 않았다. 초선 김상욱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당연하게 파면 결정이라고 보고 있다. 왜냐하면 파면 결정을 안 하려면 비상계엄이 정당했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최재형 전 의원은 SNS를 통해 “군 병력을 국회의사당에 진입시키고, 국회의 활동을 금지하는 포고령을 발령한 것만으로도 중대하고 명백한 헌법과 법률 위반에 해당되고 결코 원하는 바는 아니지만 탄핵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집권여당의 탄핵 기각·각하 주장은 여론 기류와는 다른 것이다. 한국갤럽 조사(18~20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탄핵에 대한 입장을 묻자 ‘찬성’ 60%, ‘반대’ 34%로 나타났다. 대구·경북과 70대 이상, 국민의힘 지지층, 보수층을 제외하곤 전 지역과 연령대, 이념층에서 ‘탄핵 찬성’ 의견이 많았다.

여론 기류와 다른 국민의힘의 입장은 5월로 예상되는 조기 대선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상욱 의원은 “(여당이) 강성지지층에만 기대고 중도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합리의 목소리, 옳고 그름을 구별하겠다는 목소리를 외면하면 대선은 이길 수가 없는 것 아니냐. 상식적으로. 그런데도 강성지지층에만 계속해서 목을 맨다는 것은 저는 목적이 다른 데 있다고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나 중진이 대권보다 당권에 관심이 커 대선 필패의 길을 자처한다는 의심이다.

여당이 자처한 불리한 구도를 극복하기 위해선 ‘찬탄파(탄핵 찬성)’ 대선주자로 뽑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24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어떤 후보가 되느냐에 따라서 국민들이 우리 당을 보는 시각이, 김문수 장관 같은 사람이 후보가 될 경우에 국민의힘을 보는 시각하고 유승민이 후보가 될 경우에 보는 시각은 다를 거 아니냐”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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