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윤석열 심리상태와 ‘어둠의 요소들’

2025-02-28 13:00:03 게재

‘부끄러움을 모르면 사람이 아니다(人不可以無恥).’ 맹자 진심(盡心)편에 나오는 말이다. 예부터 어른들은 “사람이 염치를 모르면 짐승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런데 12.3 비상계엄부터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최후진술이 끝난 지금까지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품격은커녕 최소한의 염치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대통령은 최후진술에서도 ‘윤석열스러운’ 모습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12.3 비상계엄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도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 메시지도 없었다. “대통령다운 모습을 보여라”(동아) “승복을 약속하라”(조선) 등 보수언론의 주문조차 모르쇠 뭉개버렸다. 늘 그랬던 것처럼 “국민을 일깨우기 위해 계엄을 했다”고 입에 발린 거짓말을 했고, 북한개입설과 부정선거 음모론의 헛소리를 되풀이했다. 그러면서도 “직무에 복귀하면” 어쩌구 하면서 거듭 국민의 염장을 질렀다.

지금 윤 대통령이 있어야 할 곳은 어디

윤 대통령은 최후진술에서 계엄선포 후 83일이 자신의 삶에서 가장 힘든 날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날 밤 비상계엄 날벼락으로 국민이 받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몰상식한 지도자의 어처구니없는 선택은 모두의 소중한 일상을 흔들어버렸다. 그 사이에 국론은 분열되고 나라경제는 흔들리고 외교안보는 갈 길을 잃고 국격은 추락했다.

최후진술을 끝내고 헌재의 결정만 남겨놓은 이 시점에, 스스로의 무덤을 파고 자신이 속한 정당과 보수진영까지 벼랑끝으로 몰고 간 윤석열이라는 사람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심리학자들은 마키아벨리즘과 나르시시즘,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어둠의 3요소’라고 정의한다. 그런데 12.3 내란사태 후 지금까지의 모습, 아니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이후의 행적을 보면 윤 대통령은 이 3요소를 모두 갖춘 전형적인 인물이다.

현대 사회심리학에서 마키아벨리즘은 ‘타인에게 무관심한 채 오로지 자기 이익을 위해 기만적이거나 위선적 방식으로 사회적 관계를 맺는 태도’를 일컫는다. 마셀 다네시 토론토대 교수가 쓴 책 ‘거짓말의 기술(The Art of the Lie)’에서 제시한 ‘마키아벨리적 거짓말쟁이’의 성격특성과 윤석열의 그것은 소름끼치도록 딱 들어맞는다. △거짓말쟁이 본인의 야망과 이익에 집중함 △공감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짐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남에게 해를 끼칠 수 있음 △필요하다면 거짓말과 속임수를 불사함 △관계보다는 돈과 권력이 훨씬 중요함 등등.

나르시시즘은 병적인 수준으로 자기를 과시하려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 정신의학협회의 정의에 따르면 나르시시즘이라고 불리는 ‘자기애성 성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가 극에 달하면 자기 앞을 가로막는 사람은 누구든 제거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고 한다. 이에 비춰보면 고분고분하지 않았던 유승민 이준석 한동훈을 깔아뭉갰고, 자신에 반대하는 야당을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는 세력’이라며 군까지 동원해 짓누르려 했던 대통령은 더도 덜도 아닌 ‘악성 나르시시스트’다.

윤 대통령은 또 △시종일관 무책임하며 △쉽게 흥분하거나 공격적이고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쳐도 아무렇지도 않게 합리화 하는 등 미국 정신의학협회가 정한 ‘반사회적 인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 조건에도 부합한다. 그렇게 보면 윤 대통령이 지금 있어야 할 곳은 감옥이 아니라 정신병원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처럼 정신분석의 대상인 대통령을 놓고 아직도 ‘윤석열 팔이’에 여념이 없는 국민의힘을 보면 참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설마 윤 대통령의 복귀를 기대하는 건 아닐 테고, 다가올 대선에 덕 될 게 하나 없는 그를 옹호해 무엇을 얻겠다는 건지 그 셈법이 도무지 헤아려지지 않는다.

과거 잊으면 똑같은 실수 반복할 수 있어

어쨌거나 얼마 후면 탄핵의 시간은 가고, 윤석열이라는 인물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윤 대통령이 무슨 구세주라도 되는 양 야단법석을 떨었던 광신도들의 성마른 함성도 얼마 후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그라질 것이다. 그가 만든 상흔은 오래 남겠지만 ‘절대 윤석열 같은 인물을 지도자로 뽑아서는 안된다’는 값비싼 교훈이라도 얻게 된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라 하겠다.

정말 이제 다시는 민주주의 훈련이 안된 사람, 국론을 분열시키는 사람, 어둠의 성격을 가진 권력중독자를 지도자로 선택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된다. “과거의 기억을 잊은 자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의 말은 박제된 교과서 속 얘기가 아니다. 지금 이 시간 우리가 새기고 또 새겨야 할 금언이다.

남봉우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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