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융감독당국 통폐합 추진, 본격적인 구조조정 단행
예금연방공사·소비자금융보호국 직원 해고
실질적 폐지 전망, 통화감독청으로 통합
“실리콘밸리에 통용되는 방식, 적절하지 않아”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론 머스크(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미 연방정부를 상대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당국에 대한 통폐합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 시간) 취임 후 첫 각료회의에서 “일론에 불만 있는 사람이 있나? 불만이 있으면 여기서 쫓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농담조로 말했지만 일론 머스크의 구조조정과 관련해 일부 부처 수장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머스크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따라서 미 연방정부에 대한 구조조정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며 금융감독당국도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됐다.
예금연방보험공사(FDIC)는 500명 직원이 유예사직을 했다. 전체 직원의 약 10%에 해당한다. 유예사직은 연방공무원이 지금 퇴직의사를 밝힌다면 올해 9월말까지 급여지급을 보장한다는 프로그램이다. FDIC는 지난주 170명의 수습직원을 해고했고 200명 채용 제안을 철회했다.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10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금융감독원 뉴욕사무소는 26일 업무정보에서 “FDIC와 CFPB직원 상당수를 통화감독청(OCC)으로 이동배치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증권거래위원회(SEC) 또한 지역사무소 책임자 직위를 없앨 예정”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로(law)는 이 같은 일련의 조치들과 관련해 금융감독당국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된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보도했다. 특히 FDIC와 CFPB 직원들을 OCC로 대거 이동시키는 조치는 두 금융감독기관의 기능을 실질적으로 폐지하는 조치라고 분석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오마바 정부에서 설립된 CFPB는 사실상 업무를 중단했다. 37개 연방기관·사무소 직원들로 구성된 전미재무공무원노조(NTEU)는 이달 13일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CFPB 국장 대행이 된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이 CFPB 직원의 최대 95%를 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의 해고 중단 소송이 제기됨에 따라 해당 계획은 현재 보류됐다.
보트 국장은 이달 7일 머스크의 ‘정부효율화부(DOGE)’ 인원들이 CFPB 본부에 출입해 주요 전산시스템을 접수하고 내부우편을 통해 14일까지 CFPB 본부를 폐쇄할 것이며 모든 직원은 재택근무를 실시하되 앞으로 모든 감독·검사업무를 멈출 것을 지시했다. 보트 국장은 “CFPB의 업무수행이 합리적으로 필요가 없기 때문에 연준으로부터 예산지원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7억1000만달러(한화 약 1조290억원) 규모의 CFPB 예산은 업무에 비해 과도한 수준이며 금융업계에서 CFPB 불신의 배경이 됐다고 비판했다.
CFPB는 설립 이후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강도 높은 제재로 금융업계의 상당한 반발을 받았고, 월스트리트 대형 은행들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CFPB의 업무영역이 대폭 축소되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금융감독당국에 대한 구조조정은 표면적으로는 관리 통합을 통해 여러 감독기관에서 필요한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한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개별 감독기관들을 껍데기만 남기려는 목적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구체적으로는 CFPB의 실질적 폐지, FDIC는 OCC와 수장을 겸임시킬 예정으로 알려졌다.
미국 금융감독기구는 현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OCC, FDIC, CFPB 등으로 나눠져 있고 머스크가 이끄는 DOGE는 감독기구 통폐합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은행 감독 체계를 급격히 축소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시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 컨설팅업체 MRV 어소시에이츠의 대표 마이라 로드리게스는 “실리콘밸리에서 통용되는 ‘빠르게 움직이며 부수라’라는 방식은 은행 시스템에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이나 그의 보좌진이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유지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터무니없다”며 “이러한 접근 방식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한국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이원화된 금융감독시스템과 관련한 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제기됐다는 점에서 향후 정치 상황에 따라 변화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