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지방선거 사퇴시기 ‘고심’
출마 예정자들 3월부터 사퇴 예상
'지방선거 전초전'으로 대선 활용
내년 6월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공직자들이 사퇴 시기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통상 6개월 또는 1년 전 사퇴하고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조기 대선이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고민이 생겼다.
28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곳곳에서 예상보다 빠른 물밑 경쟁이 시작됐다. 특히 현직 단체장이 3선 연임 제한에 걸린 지역에서는 출마를 결심한 예비후보군들이 이름 알리기에 분주하다. 이미 유력 후보군이 형성된 지역 또한 현직 공직자들을 재촉한다. 내년 지방선거까지는 1년 3개월이나 남았지만 조기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영향을 주고 있는 셈이다.
실제 명창환 전남도 행정부지사는 순천시장과 고창군수 출마를 고려하며 사퇴 시기를 고심하고 있다. 전북·경북 부단체장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최병관 전북도 행정부지사는 전북 익산시장, 김학홍 경북도 행정부지사는 경북 문경시장 출마가 유력하다.
김명선 강원도 행정부지사는 이미 지난 연말 사퇴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진하 양양군수에 대한 주민소환 추진으로 보궐선거가 예상되자 출마 채비를 서두른 것이다. 비록 지난 26일 투표율 0.05% 차이로 김 군수에 대한 주민소환이 무산됐지만 이미 선거 분위기가 시작된 만큼 김 전 부지사의 조기 등판은 손해될 일이 없는 결정이 됐다.
공직선거법 상 선거에 출마하려는 공직자는 선거 90일 전에 사퇴해야 한다. 지방선거일이 내년 6월 3일이라 내년 3월 5일 이전에만 사퇴하면 된다. 선거일 전 120일인 예비후보자 등록 시기를 고려하더라도 내년 1월까지는 여유가 있다.
하지만 조기대선이 실시될 경우 사실상 지방선거의 시작점이 된다. 예비 출마자들이 대선 선거전에 참여하면서 공개적이고 합법적으로 얼굴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광역단체장들의 대선 출마 분위기도 이런 흐름에 한몫하고 있다. 현재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김동연 경기지사, 김영록 전남지사가 사실상 출마를 공식화했다. 유정복 인천시장, 이철우 경북지사, 김태흠 충남지사 등도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치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시·도지사들이 조기 대선에 마음을 두면서 조직 내부에도 선거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현직 공직자들 사이에서도 사퇴 시기를 앞당기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미 현장에서 몸을 풀고 있는 다른 경쟁자들을 의식해 마음이 급해졌다.
무엇보다 선거 출마의 첫번째 관문인 정당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충분히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또한 대선에서 정당 소속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은 지역 유권자들에게 얼굴을 알리기에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현역 공직자들이 조기 사퇴를 고민하는 이유다.
과거 조기 사퇴보다는 현직 부단체장의 활동 이점을 살려 퇴직을 최대한 늦추려 했던 분위기와는 달라진 풍경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조기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작된 선거 분위기 때문에 출마를 결심한 현직 공직자들이 사퇴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며 “조기대선이 내년 지방선거의 전초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