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공공기관장에 여당출신 낙하산
석유관리원·에너지문화재단 이어 가스기술공사 내정설 … 허종식 의원 “알박기 중단”
탄핵소추 심판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정부가 에너지분야 공공기관장에 낙하산 인사를 임명하거나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다. 낙하산 대상은 여당 소속 의원출신이 많다.
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허종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인천 동구미추홀구갑)실에 따르면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는 최근 회의를 열고 한국가스기술공사 신임 사장 후보를 심의했다. 공운위는 공기업 기관장 임명을 심의·의결하는 기획재정부 소속 기구다.
한국가스기술공사 신임 사장 후보로는 이은권 국민의힘 대전광역시당 위원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제20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대전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고, 제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앞서 정부는 최춘식 한국석유관리원 이사장과 이주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임명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최춘식 이사장은 육군 대위로 전역해 경기도 포천일대에서 예비군 중대장으로 20여년 가까이 근무하다 제21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국회의원 시절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이주수 대표는 국민의힘으로 제7대 서울시의원을 지냈으며,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캠프에서 조직총괄부장을, 20대 대선에선 중앙선거대책본부 충청발전특위 상황실장을 맡았다. 지난달 19일 열린 국회 산업위 전체회의에서는 “에너지분야 활동이 전무한 정치권 출신 인사가 관련 논문만 7개에 4차례 포상실적이 있는 경쟁자를 누르고 임명됐다”며 지적받기도 했다.
허종식 의원은 “비상계엄·탄핵 사태로 국가행정이 혼란한 틈을 타 전문성 없는 정치인 출신 여당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억대 연봉의 공공기관장 자리에 임명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며 “특히 에너지분야 CEO는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인만큼 정부와 여당은 내란준동 세력의 ‘알박기’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해당기관들은 “전문성보다 경영·조직관리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안다”며 “임원추천위윈회에서 공개모집 절차를 거쳐 임명됐다”고 밝혔다.
에너지분야뿐 아니라 다른 기관들도 탄핵정국에 기관장 임명절차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배경이 주목된다. 계엄이전엔 지지부진하던 공공기관장 인사절차가 탄핵이후 갑자기 분주해졌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비상계엄 하루 뒤인 지난해 12월 4일부터 올해 2월 25일까지 공시된 공공기관 임원 모집 공고는 총 58건에 이른다. 모집공고 건수 역시 1월 9건에 비해 2월 들어 한국관광공사·한국농어촌공사 등 31건으로 급증했다.
한편 국회 차원에서 공공기관장에 대한 대통령의 낙하산 인사를 견제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의원(더불어민주당·광주 서구을)은 지난달 6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공운위가 심의·의결한 공공기관 사장 후보자를 해당 국회 상임위원회에 바로 알리도록 하고, 국회가 후보자의 결격 사유를 검토해 부적절할 경우 재의결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재의결 요구 남용을 막기 위해 공운위의 판단도 존중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