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비만 수백만원 신용카드, 사교클럽 뺨치네
회원 가입자체가 간판
일반 프리미엄도 인기
카드사들이 프리미엄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일반 신용카드의 경우는 비싸봐야 연회비가 5만원선. 하지만 수백만원에 달하는 ‘럭셔리 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극소수 상류층 고객을 뜻하는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 마케팅전이 치열하다.
현대카드 ‘더 블랙’은 연회비만 300만원. 신한카드 ‘더 프리미어 골드 에디션’ 삼성카드 ‘라움 O’ KB국민카드 ‘헤리티지 익스클루시브’ 등은 각각 200만원이다.
◆고급 사교클럽과 흡사한 운영 = VVIP카드는 돈이 많다고, 카드 사용 실적이 좋다고, 가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고급 사교클럽, 그들만의 리그, 소수의 모임이다.
원하는 모두가 회원이 되는 게 아니다. 신용카드사가 특정인을 ‘콕’ 집어 초대하거나, 기존 회원의 추천을 받기도 한다.
현대카드는 허들이 하나 더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포함된 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찬성한 1000명에게만 가입이 허락된다. 가입비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고급 사교 클럽이나 수억원대 호텔 스포츠클럽도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서울 중구의 한 호텔은 10여년전 멤버십 모집 과정에서 한 유명 연예인의 가입을 거부해 유명세를 탄 바 있다. 현대카드도 정 부회장이 유튜브에 출연해 한 유명 방송인의 ‘더 블랙’ 가입 요청을 거부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더 블랙‘ 카드에는 일련번호가 별도로 적혀 있다. 123번째 회원이라면 ‘123/1000’과 같은 식이다. 회원 숫자가 1000명을 넘은 적이 없다. 병원 및 유명 공연 예약, 비서 서비스, 국내외 특급호텔 숙박권, 무료 주차대행, 항공권 예매시 동반자 무료 항공권, 리무진 서비스, 명품 브랜드나 유명 레스토랑 할인 및 우대, 국제공항 라운지 서비스 등 혜택도 막강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VVIP카드를 발급받을 정도면 할인이나 각종 혜택이 없어도 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카드 발급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뿐 쿠폰이나 할인 등의 서비스를 굳이 찾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VVIP고객들이 관심 가지는 것은 네트워킹이다. 신용카드사가 명품 브랜드의 패션쇼나 공연, 전시회, 자선행사 등을 마련해 VVIP 고객들만 초대하는 행사가 대표적이다.
◆일반 VIP카드는 젊은층도 선호 = 일반적으로 프리미엄카드로 불리는 상품들은 연회비 20만원 이상인 경우들이다. 40대 이상에게 인기를 얻을 것 같지만 신용카드사 관계자들은 손사래를 친다. 20~30대 가입이 증가 추세에 있다는 이야기다.
신한 ‘더 베스트-X’ ‘더 베스트-F’ 현대 ‘서밋’ ‘아메리칸익스프레스 골드카드에디션2’ 삼성 ‘더 아이디 플래티넘’ ‘더 아이디 티타늄’ KB국민 ‘BeV V’ 롯데 ‘로카 프로패셔널’ 등이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 카드에 가입하면 백화점·대형마트·패밀리레스토랑 상품권 등이 지급된다. 특정 명품 구매시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포인트 적립률도 일반 카드에 비해 높은 편이다.
프리미엄카드 시장이 뜨거워지자 신한카드는 6년만에 신상품인 ‘더 베스트-X’를 내놨다. 백화점·여행·외식·항공 등 상품권 중에서 하나를 택할 수 있다. 연간 사용액수에 따라 최대 17만원의 캐시백을 제공하고 세계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 서비스를 연간 10회 제공한다.
신용카드사 관계자는 “프리미엄 카드 시장에도 ‘체리피커’들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체리피커란 신용카드 혜택만 쏙 골라 빼먹는 고객들을 말한다. 그는 “대개 신용카드 초기 가입시 제공되는 백화점 바우처만 받고 이후 카드 사용을 안하거나, 명품 구입시 할인 혜택만 활용한 뒤 해지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가입 초기 한달만 사용하는 경우도 꽤 있다. 카드사들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각종 상품권 제공한도는 연회비보다 작게 줄였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