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여론 굳어가자 청소년·영화까지 ‘반탄’ 총력

2025-03-04 13:00:21 게재

입체화 양상 … 3.1절 광화문 이어 중앙대도 ‘몸살’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안정화돼 가자 윤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한 탄핵 반대 투쟁이 입체화돼 가고 있다. 탄핵에 찬성하는 시민들의 대오가 ‘12.3 내란’ 사태 초기에 비해 느슨한 것과 대조적이다.

◆갈등의 장이 된 ‘이재명 모교’ = 윤 대통령 탄핵 찬반을 둘러싼 충돌이 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모교 중앙대와 중·고등학생들로도 번졌다.

서울 동작구 중앙대 정문 앞에서는 이날 오후 윤 대통령 탄핵 촉구와 반대 시국선언이 30분 간격으로 잇달아 발표됐다.

재학생과 졸업생이 섞인 두 집회는 각각 20~30여명 규모였다. 그러나 외부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와 유튜버 100여명이 학교로 모여들면서 왕복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욕설과 고성이 오갔다.

오후 1시 30분 먼저 시작된 탄핵 촉구 집회 중 반대측이 “빨갱이는 북한으로” “개XX들” 등의 욕설을 퍼부으며 신경전은 격화했다. ‘신남성연대’ 대표 배인규씨도 영화 캐릭터 ‘조커’로 분장해 차량 위로 올라가 고성을 지르며 집회를 방해했다.

탄핵 촉구 집회 참석자들은 시국선언 뒤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 등의 피켓을 들며 집회를 이어갔다.

반대 시위대는 “반국가세력을 즉각 체포하라” “계엄은 정당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응수했다. 중앙대 96학번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변호인 유승수 변호사도 참석해 발언했다.

앞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3.1절 광화문 집회에서 경찰 추산 14만명가량이 모여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윤 ‘국민변호인단’ 필리버스터 예고 = 이날 오후 5시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는 중·고등학생으로 구성된 ‘전국탄핵반대청소년연합’ 소속 50여명이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주최측은 청소년 600여명이 온라인 서명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중앙대에서 집회를 마친 윤 대통령 지지자와 유튜버 등 400여명이 모여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이들을 응원했다.

윤 대통령 지지 모임인 국민변호인단은 오는 4일부터 탄핵심판 선고일까지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1인 시위’ 형식을 빌린 철야 시위를 예고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는 1시간 단위로 2030 지지자들을 주축으로 하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형식 발언을 이어갈 계획이다.

극장가에서는 지난달 말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힘내라 대한민국’이 개봉했다.

윤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계엄으로 반국가 세력의 실체를 드러냈고 이를 알게 된 국민들이 ‘애국충정’으로 결집하기 시작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 영화는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일 기준 누적 관객수가 2만여명으로 집계됐다. 윤 대통령 지지자가 대다수다.

그러나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민인식은 찬성이 과반 이상으로 굳어가는 모습이다.

◆“탄핵여론 구도 큰 변화 없을 듯” = 지난달 28일 발표된 한국갤럽 정례조사(전국 성인 1000명, 2월 25~27일 조사)에 따르면 탄핵에 찬성·반대 비율은 각각 59% 대 35%로 집계됐다.

찬성 비율은 계엄 직후인 12월 둘째주 같은 조사 당시 75%로 고점을 찍었다가 1월 둘째주 이후 60%대와 50%대 후반대를 오가며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

탄핵 반대 비율 역시 같은 기간 21%에서 30% 초반~후반 대 사이로 고착돼가는 중이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덕수 총리에 대한 헌재 판단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에 임명 여부, 그리고 2030 남성들이 변수로 남아 있다”며 “그러나 지금 형성된 탄핵여론 구도에 큰 변화를 주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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