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의혹’ 검찰 수사 속도
이틀간 명씨 출장조사 이어 강혜경씨 등 참고인 조사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 사실관계 다지기
오세훈·홍준표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수사도 본격화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을 수사는 검찰이 지난주 이틀에 걸쳐 명태균씨를 조사한 데 이어 이번주 관련자들을 연이어 조사한다. 명씨 의혹 사건이 창원지방검찰청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된 후 사건 수사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오는 5일 강혜경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강씨는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 부소장과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회계책임자로 근무했던 인물이다.
6일에는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에 대한 조사도 예정돼 있다. 검찰은 명씨와 마찬가지로 수사팀을 창원지검으로 내려 보내 출장조사를 할 방침이다.
앞서 강씨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미래한국연구소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를 돕기 위해 81차례에 걸쳐 불법 여론조사를 해주고 3억7000여만원에 달하는 비용 대신 2022년 6.1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김 전 의원의 경남 창원의창 선거구 공천을 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명씨의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내역 등을 분석해 최소 4건의 여론조사 결과를 윤 대통령 부부에게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더불어민주당이 6.1 재보궐 선거 공천발표 전날인 2022년 5월 9일 윤 대통령이 명씨에게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하는 통화 육성을 공개한 데 이어 최근 “상현이(윤상현 의원)한테 한 번 더 얘기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하는 윤 대통령의 목소리와 “당선인(윤 대통령)이 지금 전화했는데 하여튼 당선인 이름 팔지 말고 (김영선 전 의원을) 그냥 밀으라고 했다”는 김건희 여사의 육성까지 공개되면서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은 더 짙어진 상황이다.
검찰은 이같은 통화 녹음을 근거로 명씨에게 실제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공관위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의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자택을 찾아 여론조사 결과물을 직접 전달했는지도 물었다고 한다. 이에 명씨는 윤 대통령 자택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하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강씨와 김 전 소장을 상대로도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을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경위와 김 전 의원 공천으로 이어진 과정 등 공천개입 의혹 전반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오 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미래한국연구소로부터 13회에 걸쳐 여론조사를 제공받고, 그 비용은 오 시장의 후원자인 사업가 김한정씨가 대납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강씨는 김씨로부터 오 시장 여론조사 비용을 받았다며 2021년 2~3월 5차례에 걸쳐 김씨가 3300만원을 송금한 내역을 공개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김씨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오 시장 관련 의혹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상태다. 명씨는 검찰 조사에서 기존에 알려진 4차례보다 더 많은 7차례 정도 오 시장과 만났고, 여론조사 관련 논의도 직접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김씨는 명씨측으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개인적으로 비용을 댄 것일 뿐 오 시장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오 시장은 명씨와의 만남 초기에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 생각해 끊어냈고,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고 부인해왔다.
홍 시장은 2021년 5월 국민의힘 복당과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명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비용은 홍 시장 아들 친구이자 선거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한 최 모씨 등이 대납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강씨는 언론을 통해 최씨 등으로부터 홍 시장을 위한 여론조사 의뢰를 받고 비용도 지불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홍 시장은 자신과는 털끝만큼도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강씨 변호인인 김규현 변호사는 3일 유튜브 방송 ‘CBS 질문하는 기자’에 출연해 “강씨가 본인이 알고 있는 내용을 철저히 밝히기로 했다”며 “이제 검찰이 얼마나 공정하게 수사를 진행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