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극우화…‘2019년 한국당’ 전철 밟나

2025-03-04 13:00:26 게재

한국당, 1년 내내 ‘문재인규탄’ 집회…총선서 103석 참패

국민의힘, ‘탄핵반대’에 힘 보태기…중도표심 ‘이상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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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말, 당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였다. 황 대표 취임(2019년 2월) 이후 한국당은 1년 내내 장외투쟁에 나섰고, 마침내 제1야당 대표가 단식농성까지 벌인 것이다. 단식 8일차에는 전광훈 목사가 찾아와 만나기도 했다. 이보다 한 달 앞서 전 목사가 대표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는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문재인 퇴진’을 외쳤다. 이 집회에는 황 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이 참석해 힘을 보탰다.

2019년 초부터 시작된 한국당의 장외투쟁은 2020년 초까지 계속됐다. 1년여 동안 광화문에 집결한 강성보수층은 문재인정권 규탄을 소리 높여 외쳤다. 그 와중에 한국당이 국회에서 주최한 집회에서는 일부 참석자들이 국회 본관 난입을 시도하고 의원들을 위협하는 사실상 ‘정치 테러’를 저지르기도 했다. 한국당 장외투쟁 1년은 어떤 결과를 빚었을까. 2020년 4월 21대 총선에서 한국당 후신 미래통합당은 103석을 얻는데 그쳤다. 보수정당 역사상 최악의 참패로 불렸다.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국민의힘 탄핵 반대 당협위원장 모임이 주최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과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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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탄핵반대 당협위원장 모임’은 3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는 장외집회를 열었다. 당협위원장들은 “편파탄핵 중단하라” “대통령 석방하라”를 외쳤다. 하루 앞선 2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본관에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며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부터 장외로 나가는 등 강성보수층과 함께 하고 있다. 윤 대통령 체포를 막겠다며 의원 수십 명이 한남동 관저로 몰려갔다. 그 와중에 서부지법 폭동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1일 전광훈·손현보 목사가 각각 주도한 집회에도 전현직 의원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집회에서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은 “불법과 파행을 자행하는 공수처 선관위 헌법재판소 모두 때려 부숴야 한다. 쳐부수자”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하면서 여권 내에서도 “이러다간 조기 대선에서 2020년 총선 결과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당(미래통합당)은 2019년 1년 내내 장외투쟁에 나서면서 강성보수층 결집에는 성공했지만, 이듬해 총선에서 기록적 참패를 맛보았다. 전국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수도권과 중도층이 한국당의 장외투쟁 방식에 등 돌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었다.

장외투쟁에 나선 국민의힘에게도 이상 신호가 감지된다. 한국갤럽 조사(2월 25~27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다음 대선에 대한 입장을 묻자 ‘여당 후보 당선’ 38%, ‘야당 후보 당선’ 51%였다. ‘야당 후보 당선’은 경기·인천(56%)과 중도층(62%)에서 더 높게 나왔다.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해선 ‘찬성’ 59%, ‘반대’ 35%로 집계됐다. ‘찬성’은 인천·경기(66%)와 중도층(70%)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4일 “(서 의원의) 헌법재판소를 때려 부수자는 건 우리나라 사법 체계와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언”이라며 “(이런 발언이) 중도층을 자극해서 여론 변화로 이어졌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엄 소장은 한국당(미래통합당)의 2020년 총선 참패를 언급하며 “지금 국민의힘도 한국당을 되풀이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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