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전쟁 점입가경

2025-03-04 13:00:27 게재

캐나다·멕시코에 25% 관세

중국 추가 관세 20%로 상향

뉴욕증시 급락 등 시장 요동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강행해 북미 간 ‘관세전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또 중국에 대한 관세도 20%로 상향해 전방위 통상 압박에 나섰다. 그 여파로 뉴욕증시는 급락했고, 인플레이션 우려와 경제둔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코스피가 하락 출발한 4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 코스닥도 전 거래일 대비 하락 출발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일(4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협상 여지가 없다”고 단언했다. 지난달 두 나라의 마약 단속 및 불법 이민 방지 협력 약속에 따라 1개월 유예했던 조치를 재개한다는 의미다. 2020년 발효된 미·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기반으로 한 무관세 무역 체제가 근본부터 위협받는 상황이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즉각 반발했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은 “1550억달러 규모의 보복 관세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고,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멕시코의 단결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신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공세도 강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미 관세 조치와 함께 중국에 대한 추가적인 10% 관세 부과를 확정하면서 기존 10%에서 총 20%로 인상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미국으로 펜타닐을 유입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중국 공산당이 펜타닐 제조업체를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일방적 조치는 세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우리도 필요한 대응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산업이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인해 중국산 부품 가격이 급등하면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대만의 TSMC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확충 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트럼프의 관세 강행 발표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3일 뉴욕증시는 주요지수가 동반 하락하며 연중 최대 폭의 낙폭을 기록했다. 다우존스 지수는 1.48% 떨어진 43,191에 마감했고, S&P 500은 1.76%, 나스닥은 2.64% 각각 급락했다. 특히 반도체·자동차·에너지 관련주가 큰 타격을 받으며 시장 불안이 고조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학 경제학자는 “기업의 공급망과 운영에 파괴적 영향이 예상되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고,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와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미국 가구의 연간 부담이 평균 1000달러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치권에서도 민주당의 비판과 우려가 쏟아졌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가 인플레이션을 악화시켰다”며 강하게 규탄했고,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은 “동맹국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는 4월 2일부터 다른 국가들에게도 ‘상호 관세’를 적용할 계획이어서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까지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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