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했지만 돌아오지 않은 의대생
40곳 중 10곳은 수강신청 ‘0’명 … 신입생도 수업거부 동참 분위기 감지
4일 대부분의 대학에서 2025학년도 1학기 개강이 이뤄지는 가운데 전국 의대 40곳(의학전문대학원인 차의과대 포함) 중 10곳은 수강신청 인원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2025학번 신입생들도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며 수업 거부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2025학년도 1학기 의과대학 수강신청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전국 40개 의대의 수강신청 인원은 총 4219명이다.
1명도 수강신청을 하지 않은 학교도 10곳에 달했다. 이들 학교에선 2025학번인 신입생부터 의학과(본과) 4학년까지 모든 학년에서 수강신청자가 없었다는 얘기다. 다만 대부분의 학교가 3월 중 추가 수강신청을 받기 때문에 수강신청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수강 신청하고 수업거부 = 진 의원실이 서울대를 제외한 전국 국립대 의대 9곳의 개별 수강신청 현황을 받아 분석한 결과 수강신청을 마친 의예과 1학년은 총 852명으로 파악됐다.
이들 9개교의 신입생이 1244명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수가 수강신청에 일단은 응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학교는 필수교양과목에 대해 학생 대신 일괄신청을 한 것이라 실제 수강신청률로는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들이 실제로 얼마나 수업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2월에도 의대 신입생들은 수강 신청을 해놓고 수업을 거부했다.
1학년으로 복학해야 하는 2024학번들의 수강신청 현황을 보면 더 보잘 것 없었다. 제주대와 전북대는 한명도 수강신청을 하지 않았다. 부산대는 신입생이 아닌 1학년이 수강신청을 한 경우가 4건에 그쳤다.
진선미 의원은 “교육부가 내놓기로 한 의대 교육 내실화 방안이 아직도 발표되지 않아 의료 교육계에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며 “낮은 수강 및 복학 신청률은 의대 교육의 무방비 상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대학은 개강 미뤄 = 상황이 이렇자 일부 의대는 3월 중순 이후나 4월로 개강을 미뤘다.
가톨릭대 의대는 개강을 4월 28일로 연기하고 여름방학을 단축하기로 했다. 고신대와 제주대는 3월 17일, 강원대와 울산대는 3월 31일로 개강을 늦췄다. 제주대 의대는 온라인 강의를 병행할 계획이다. 대규모 유급·제적 사태를 막겠다는 것이다.
국회도 2026학년도 정원에 한해 각 대학 총장이 4월 말까지 자율적으로 모집정원을 정할 수 있도록 한 특례조항을 마련해 입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의정갈등의 책임을 대학으로 떠 넘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교육계 등에 따르면 2026학년도 의대 정원에 관한 논의는 원래 정부가 목표했던 2월 말이 지나도록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하자 국회가 나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달 27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의사 정원을 정부 직속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에서 심의하는 것을 골자로 한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는 2026학년도의 경우 각 대학 총장이 교육부와 복지부 장관이 협의한 범위에서 4월 30일까지 자율적으로 모집인원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조항을 뒀다.
대학 입시요강은 사전예고제에 따라 2년 전 발표된다. 다만 수정사항이 있을 경우 전년도 4월 말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변경 신청을 할 수 있다.
◆국회 입법으로 학내 갈등 증폭 우려 = 수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는 전제하에 최대한 빠르게 진행된다면 이르면 오는 6일 본회의 의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어 국무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되고 3일 뒤 관보 게재까지 마치면 3월 둘째 주 후반 법이 효력을 발효하기 위한 절차는 마무리된다. 개정안은 공포 즉시 시행한다.
추계위 위원 추천과 구성에 한주가량이 소요돼 첫 회의가 열리는 시기는 3월 말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추계위에서 2026학년도 정원은 대학 자율에 넘기도록 빠르게 결정한다고 해도 이미 4월에 들어설 공산이 크다.
문제는 추계위가 2026학년도 전체 의대 입학정원을 대학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해도 갈등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해 벌어진 학내 갈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대학은 의대 입학정원을 늘리고 싶어하고, 각 대학 의대는 정원 확대를 반대하기 때문이다. 내년도 의대를 준비하는 학부모와 수험생 사이의 혼란이 커 이들은 빠른 정원 확정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대학본부는 의대 증원에 대비해 이미 의대 건물 증설과 강의실 개보수, 기자재 추가 구매, 교원 확충 등에 상당한 재정을 지출한 상태다.
의대 정원 결정이 늦어지면서 2026학년도 대입을 준비하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경찰, 휴학생 실명 유포 수사 중 = 한편, 경찰은 연세대 의대생들이 동맹휴학 동참을 압박하고 수업에 복귀한 의대생의 실명 등을 유포한 정황에 대해 교육부의 의뢰를 받고 수사에 나섰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달 중순부터 연세대 의대 수업 방해 정황에 대해 수사 중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한양대 의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에서도 휴학 강요가 이뤄졌다는 교육부의 수사 의뢰를 받고 조사 중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