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추락 어디까지, 50위권도 불안
100위권 중견사 줄줄이 법정관리 … 건설 대기업도 자산매각 등 자구책
건설경기 악화로 건설사 줄도산이 현실화하고 있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2년 전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던 대우조선해양건설이 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수원회생법원 제51부는 대우조선해양건설 채무자에 대해 포괄적 금지명령을 결정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회생개시 결정이 있을 때까지 회생채권이나 회생담보권에 강제집행 가압류 가처분 또는 담보권실행을 위한 경매절차가 금지된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주택 브랜드 ‘엘크루’로 알려진 종합건설사로 2022년에도 재무상황 악화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바 있다. 이후 대우조선해양건설은 회생절차에 들어가 부동산 개발업체 스카이아이앤디에 인수돼 정상화 절차를 밟아왔다. 하지만 건설경기 악화로 재정상태가 위급해지자 2년도 안돼 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이다.
물류센터 건설사업도 위기다. 서울회생법원은 4일 ‘이지스 제403호 전문투자형 사모부동산투자’(이지스 제403호)에 대한 회생계획안 제출기간을 당초 4월 7일에서 같은달 21일로 연장했다. 이지스 제403호 펀드는 물류센터에 투자하기 위한 200억원 규모 펀드로 유진자산운용 등 대주단으로부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브릿지론을 받았다.
이 펀드는 2021년 5월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완장리 산 100 일원 부지 11만7554.0㎡를 매입해 10만6406㎡ 규모 혼합 물류센터(상온+저온) 건립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태영건설 워크아웃에서 시작한 건설사 위기설이 올해들어 후폭풍이 시작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분양 등으로 자금 회수가 안 되다 보니 문을 닫은 종합건설사는 84곳, 전문건설업체까지 포함하면 600곳이 넘는다.
올해 시공능력평가순위 58위의 신동아건설과 경남지역 2위 건설사인 대저건설(103위), 삼부토건(71위), 안강건설(138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등 중견건설사 5곳이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건설사 위기는 시공능력평가 50위권 내 대형건설사까지 확산되고 있다. 롯데건설이 본사 사옥 매각을 검토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나섰고, SK에코플랜트와 GS건설도 사업 확대를 위해 공격적으로 사들였던 폐기물이나 수처리 자회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자산을 매각해서라도 버티겠다는 것은 부채비율을 줄여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및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시공능력평가 10대 건설사 평균 부채비율은 157%로 전년 대비 3%p 상승했다. 부채비율 200%를 넘은 곳은 GS건설(238%), 롯데건설(217%), SK에코플랜트(251%) 등 3곳이다. 건설업계는 부채비율 200%를 안정권으로 보고 있다.
건설사 위기가 4월을 정점으로 꺾이지 않고 계속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건설업의 PF 우발채무가 지난해 9월 기준 32조5000억원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데다 보증채무 만기가 하반기 대거 몰려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권이 부동산PF 연장이 어려운 사업장의 경우 경·공매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 PF 보증을 선 건설사 부담도 늘어나게 됐다.
이런 가운데 악성미분양 증가는 건설사 재정을 더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준공 후에도 분양이 안 된 악성미분양 물량은 2만3000가구에 육박해 11년 3개월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건설사들은 발주금액보다 늘어난 공사비 때문에 각종 분쟁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한 비용과 수주 감소 도 건설사 재무구조를 더 열악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오히려 법정관리에 들어간 회사가 더 안정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업계 상황이 안좋다”며 “금융권이나 채권자의 동반 추락을 막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