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임박한 파국 넘어서기

2025-03-06 13:00:04 게재

‘임박한 파국’ 현 시기 한국의 정치사회 현실에 딱 맞는 표현 아닌가 싶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선포에서부터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어찌보면 앞으로 닥칠 파국의 예고편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을 인용해도 그것에 선뜻 응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승복한다고 해도 헌법재판소의 권위와 신뢰를 위협하는 정치적 행보를 계속할 것이다. 대통령 선거 패배의 길이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현 집권세력은 대선 패배보다 당이 깨지는 것을 더 경계하고 있다.이번에는 패하더라도 재기를 위해서는 당을 유지하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직을 지켜내는 것이 결국 살 길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와 달리 극우적 성향마저 감수하며 대응하고 있는 이유다. 그리할 수 있는 극우적 성향 리더십이 주도하는 당이 되어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는 별도로 살펴볼 일이지만 12.3 비상계엄선포 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민의힘 내부를 들여다보면 ‘친윤’의 주도권은 전혀 허물어지지 않았다. 현재 당내 유력 정치인들 중 이해하기 어려운 ‘친윤-극우친화적’ 행보도 그런 배경과 맥락 속에서 당권 장악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탄핵인용 여부 상관없이 분열의 정치 계속

상상하기도 싫겠으나 탄핵이 기각되었을 경우 사태는 한층 더 심각하다. 다시는 계엄같은 무모한 짓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통치라는 미명 하에 다양한 형태의 무모한 조치들을 벌일 공산이 크다. 자신을 벌하고자 했던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탄핵찬성세력에 대한 ‘응징의 잔치’를 열 것이라는 우려를 안할 수가 없다.

단적으로 부정선거론을 믿고 계속 주창하는 이들이 악마라고 여기는 비판세력을 그냥 놔둘 것이라고 보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최후 변론에서 임기단축과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하고 조기사퇴하겠다고 했지만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개헌의 동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과 그런 방향의 개헌 합의를 이끌어낼 의지도 역량도 없다. 설사 있다고 해도 탄핵기각으로 통치세력으로서의 정당성을 인정받았다고 여길텐데 자신의 권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치 행보를 가져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결국 탄핵인용 여부와 상관없이 한국의 정치사회는 지금의 여야를 축으로 갈등과 분열을 한층 더 키워갈 것이다. 탄핵인용 후 정권교체가 이루어져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과 친윤 주도의 국민의힘이 당 조직의 보위를 위해 그리하기로 작정한 상태이기에 탄핵인용 여부나 대선결과는 갈등과 분열의 해소에 크게 영향을 끼치기 어렵다. 경쟁세력, 즉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의 지지를 받고 권위와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면 또 통합지향적이라면 상황은 달라지겠으나.

그럼 파국은 막을 수 없는 것일까? 그야말로 한국은 이제 ‘내전상태’로 접어드는 것일까? 그렇다면 결국 윤 대통령의 의도는 그가 감옥에 갇혀 있어도 성공한 것이 된다. 극우집단이 승리하는 것이다. 대놓고 적대하는 이들을 공격하고 해칠 수 있는 ‘자유’를 획득하게 되었으니 내전은 적대자에 대한 ‘사냥’을 허용하는 반인권적 현상을 가리킨다.

야당이 바뀌거나 시민사회가 나서거나

그럼 파국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는가? 있다. 두가지다. 하나는 현 정국을 주도하는 다른 한축인 야당세력이 달라지는 것이다. 포용성을 키우고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다. 이미 개헌에 이어 당의 문호를 열어 국민경선식방식으로 야권 대선후보(범시민후보)를 뽑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단기적으로 할 수 있으나 이 대표와 민주당의 엄청난 결단을 필요로 한다.

다른 하나는 시민사회가 나서서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앞의 방법이 소수의 결단을 필요로 하는 것과 달리 다수의 시간과 비용을 요구하는 방법이다. 조합을 통해 딱히 두가지가 아닌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든 그 두가지를 수용한다는 전제에서다. 임박한 파국, 시간을 압축적으로 쓰며 대처해야 한다. 역시 기대난망일까?

김윤철 경희대 교수 휴마니타스칼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