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재무제표 신뢰성’ 우려 …‘적정의견’ 못 받는 사태도 가능
약 1조원 민간위탁사업 ‘회계감사 → 간이한 검사’로 변경
서울시 결산서 전반에 대한 ‘신뢰성 하락’으로 연결될 듯
‘중대한 행정리스크’ 부상 … 서울시 조례 재개정 여부 관심
약 1조원에 달하는 서울시 민간위탁 사업비에 대한 ‘회계감사’가 조례 개정을 통해 ‘간이한 검사’로 바뀌면서 전체 재무제표 검토(인증) 과정에서 서울시가 ‘적정 의견’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업이 외부감사인의 감사 의견을 받는 것과 유사하게 지방자치단체도 재무제표에 대해 공인회계사의 인증을 받는다. 문제가 없으면 ‘적정’을 받지만 ‘한정’, ‘부적정’, ‘의견거절’을 받을 수 있다. 적정의견을 받지 못한 사례는 거의 없지만 민간위탁 사업비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6일 회계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지방회계법 제16조3항에서 적시한 공인회계사의 검토의견과 관련해 회계처리에 중대한 오류나 부정이 있으면 신뢰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부정적 의견’을 채택할 수 있고 그럴 경우 시의회의 결산 검사 및 승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회계사들 의구심 갖고 들여다볼 것” = 지방회계법 제16조3항은 재무제표를 지방회계기준에 따라 작성해야 하고, 공인회계사법에 따른 공인회계사의 검토의견을 첨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토의견은 지방자치단체가 작성한 회계 및 결산서의 신뢰성을 검증하기 위한 공식적인 의견서를 말한다.
지자체 결산검사에 참여했던 한 회계사는 “민간위탁사업도 서울시 예산으로 하는 것이고 사업비는 예산의 일부인데, 과거에는 높은 수준의 감사가 이뤄지다가 간이한 방식으로 바뀌면 회계사들이 검토 의견을 작성하는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간이한 검사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회계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를 하게 될 것이고, 예상치 못한 문제를 새롭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법무법인에서는 검토의견서를 통해 서울시 개정 조례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공인회계사가 서울시 결산에 대해 회계감사를 하는 경우 일반회계에 민간위탁사무가 포함되는데, 지자체 결산과 민간위탁사업 결산은 서로 연계되므로 엄격한 기준에 따라 동일한 검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개정 조례에 따라 민간위탁사무에 대해 회계감사가 이뤄지지 않고 사업비 결산서 검사(세무사 수행 가능)만 이뤄질 경우 엄격한 기준에서 볼 때 신뢰해도 되는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시의회의 민간위탁사무 조례 개정 문제를 단순히 회계사와 세무사의 직역 간 다툼으로만 봐서는 안되고 문제해결을 더 이상 미룰 상황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서울시 결산 과정마다 신뢰성 논란 예고= 지방자치단체장은 매 회계연도마다 일반회계·특별회계 및 기금을 통합한 결산서를 작성한다. 결산서는 △결산 개요 △세입·세출 결산 △재무제표 △성과보고서로 구성되고 재무제표에는 공인회계사의 검토의견을 첨부해야 한다.
지자체장은 지방의회가 선임한 검사위원에게 결산서에 대해 검사를 의뢰, 검사위원의 검사의견서를 첨부하고 지방의회에 결산승인을 요청하는 절차를 거친다.
개정 조례에 따라 민간위탁사무에 대해 세무사가 수행하는 간이한 검사가 이뤄지면 결산 과정에서 단계별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가장 먼저 공인회계사의 재무제표 회계검토 과정에서 적정의견 제시에 문제 발생 가능성이 있다. 회계검토는 재무제표가 회계원칙에 따라, 신뢰할 수 있는 자료에 근거해서 적정하게 작성됐는지 인증하는 것을 말한다.
또 결산검사위원 검사 과정에서 결산서의 신뢰성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검사위원은 결산서가 관계법령에 따라 제대로 작성됐는지 여부(재무제표 적정성 포함), 세입·세출이 법령이나 예산이 정한대로 집행됐는지 여부를 검사해야 한다.
의회 승인 과정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지방의회는 공인회계사의 재무제표 검토와 결산검사위원의 결산서 검사를 바탕으로 지자체 결산의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데, 신뢰성 문제가 있으면 그에 따른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민간위탁사업에 대한 간이 검사 방식은 서울시 결산 과정에서 여러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중대한 행정리스크’가 될 수 있다.
서울시는 2014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민간위탁 사업비 집행내역에 대해 회계감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서울시의회는 조례 개정을 통해 회계감사를 ‘결산서 검사’로 바꾸고 세무사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지자체 민간위탁사업에 대한 회계감사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서울시의회는 다시 조례 개정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서울시의회 임춘대 기획경제위원장은 ‘서울특별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발의했다. ‘사업비 결산서 검사’ 관련 규정을 삭제하고, 이를 회계감사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개정 조례안은 기획경제위원회 의결을 통과했고 본회의에 올라간 상태다.
서울시의회는 이달 7일 본회의를 열고 개정 조례안 처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서울시의회 조례가 개정되지 않으면 다른 지자체로 ‘사업비 결산서 검사’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고 지자체 민간위탁사업에 대한 감시망이 크게 약화될 전망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