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한 온실이 강한 농업을 만든다

2025-03-06 13:00:04 게재

최근 이상기후로 농업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올 겨울에는 중부지방에서 기록적인 폭설이 발생하며 시설물 피해가 속출했다. 용인 47.5cm, 시흥 32.3cm, 안성에서는 31.9cm의 적설량이 기록되었으며, 총 피해액은 450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습기가 많은 눈, 습설 무게로 비닐하우스와 축사 같은 농업 시설물의 붕괴 피해가 증가하였다. 한파와 폭설뿐 아니라, 여름철 기록적인 폭우와 태풍도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불러온다. 1998년부터 2022년까지의 기상재해로 인한 비닐하우스 연평균 피해액은 582억원, 연간 피해 면적은 881헥타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재해형 시설로 선제적 대비책 마련해야

자연재해가 간혹 발생했던 과거에는 극복 기술이나 준비가 상대적으로 느슨하였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기상 현상이 상시 발생하고 있는 현재는 과학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즉, 환경 변화에 맞서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복구와 보수를 넘어선 ‘선제적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해답은 재해에 잘 견디는, 내(耐)재해 규격을 갖춘 시설 구축에 있다. 내재해형 온실은 강풍, 폭설, 집중호우와 같은 기상재해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온실로, 기존 온실보다 강도와 안정성이 강화돼 농업 시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중반까지 태풍 ‘매미’와 중부지방 대설로 인해 매년 수천 헥타르의 비닐하우스가 무너져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재해에 강한 온실을 개발하고 2007년부터 내재해형 규격을 보급하기 시작했다.

이 온실은 구조를 보강하고 태풍과 폭설에 대한 저항력을 높인 점이 특징이다. 2012년 태풍 ‘볼라벤’, 2022, 2023년 전라도 지역의 폭설 상황에서도 피해가 거의 없었던 점으로 내재해형 시설의 효과는 확인됐다. 내재해형 온실은 풍수해 보험 혜택 면에서도 유리하다. 풍수해 보험은 내재해형 시설로 보강된 비닐하우스뿐만 아니라 일반 시설도 가입할 수 있다. 다만, 내재해형 온실은 태풍과 대설에 대한 구조적 저항력이 높아, 보험 조건에 따라 더 낮은 보험료와 유리한 보장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상이변에 흔들리지 않는 농업 지원

온실은 노지보다 환경 조절이 용이한 장점이 있어 재배 면적이 꾸준히 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온실 면적은 총 5만3106헥타르이며, 이 중 약 44%가 내재해형 온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절반 이상의 시설이 기존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이상기후에 따른 피해 위험성이 큰 상황이다.

최근 몇 년간 폭설과 강풍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앞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는 계속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시설농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구조물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내재해형 시설 보급률을 높이는 한편, 정책적 지원과 연구 개발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이미 설치된 비닐하우스는 지역별 적설량과 풍속을 고려하여 내구성을 높이는 재료를 사용하고, 보강 장치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강화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마침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은 올해 말까지 최신 기상 자료를 반영한 새로운 내재해형 설계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내재해형 온실 보급을 확대하고 강화된 기준이 적용된 내재해형 비닐하우스를 실증해 농업인들이 더욱 안전한 환경에서 농사지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기상이변에 흔들리지 않는 농업, 그 해답은 강한 온실 구축에 있다.

김명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