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4월 2일 ‘트럼프 스톰’이 온다

2025-03-06 13:00:03 게재

심각한 내우외환으로 서민들의 삶이 갈수록 피폐해 지고 있다. 한국경제는 탄핵정국이란 먹구름 속에 극심한 내수 침체로 폐업과 실업급여가 증가하고 있고 수출마저 위축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각) 집권 2기 첫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한국을 콕 찍어 앞으로 상당한 압박을 가할 것임을 시사,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우리는 한국에 군사적으로나 여러 방법으로 도움을 주는데 한국의 대미 평균 관세율이 미국보다 4배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일은 우방이든 적국이든 미국에 공평하지 않다”면서 “4월 2일 상호관세를 부과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대부분 상품을 무관세로 교역하고 있는데도 이처럼 잘못된 수치를 거론했다.

그는 또 “우리 정부는 알래스카주에 세계 최대 규모의 LNG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히면서 “일본, 한국을 비롯한 나라들이 수조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언급, 한국의 거액 투자를 기정사실화 했다. 물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말께 미국을 방문, 알래스카 가스관 참여와 관세, 조선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실무협의체 개설에 합의한 것만은 사실이나 투자 여부는 앞으로 협의할 사항이다.

집권 2기 첫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한국 콕 찍어 상호관세 압박 시사

트럼프는 이어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 제정된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폐지 방침을 밝히며 이미 미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건립 중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지급할 보조금을 취소할 수 있음도 시사했다.

한국경제는 지난 1월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감소하는 ‘트리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또한 서울의 자영업 점포 폐업이 지난해 개업 점포 수를 추월했다. 이는 서울시가 외식업 등 ‘생활 밀접 업종’을 대상으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게다가 대형마트 2위인 홈플러스가 영업실적 부진으로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고 신동아건설 등 중견기업들도 법정관리가 줄을 잇고 있다. 여기에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마저 쪼그라들어 올들어 2월까지 누적 수출액이 1년 전보다 4% 넘게 줄었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은 지난달 4일 중국을 상대로 시작됐다. 하지만 트럼프의 무차별적인 ‘관세 폭탄’은 이제 막 투하되기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4일(미 동부시간)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 25%의 관세를 새로 부과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지난달 부과한 10%에 더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미국보다 생산원가가 적게 드는 멕시코에 진출,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을 이용해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해 온 한국 기업들이 ‘트럼프 스톰’ 영향권에 들어갔다. 멕시코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 LG전자,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트랜시스 등 400여 개에 달한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있을 한국과의 상호관세 협상에서 상당한 압박을 가할 것임을 시사, 한국경제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봉착했다. 그런데도 대통령 권한대행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스콧 베센트 신임 미국 재무장관과 지난달 28일 화상면담을 한 것이 전부이고 여야 정치권은 조기 대선만을 염두에 두고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는 이르면 오는 14일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헌재가 인용을 하든 기각을 하든 그 파장은 실로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여야는 탄핵 심판 선고 이전에 추가경정예산 편성, 반도체 특별법, 국민연금 등 민생현안에 합의해야 한다. 그러나 여야는 몇 가지 분야에서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물론 이견을 보이고 있는 분야가 당사자들에게는 무척 중요한 요소일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재정 지출 확대가 국내총생산(GDP) 증대에 미치는 계수인 재정 승수와 현재의 재정 형편, 여론 등을 두루 살펴보고 한 발짝씩 양보한다면 생각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여야 타협의 정신 발휘해 내수 수출부진 타개책과 대미 협상 전략 세워야

현재 한국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잠재성장률 및 생산성 저하이다. 물론 장기적인 대책도 긴요하나 불확실성 고조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등 단기적인 내수와 수출 부진 타개책과 미국과의 협상 전략이 그 무엇보다 시급하다. 여야는 우리 경제를 가장 억누르고 있는 게 정치라는 민심을 깊이 인식하고 다소 성에 차지 않더라도 타협의 정신을 적극 발휘해야 하겠다.

박현채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