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저항 부르는 트럼프 관세 전쟁

2025-03-06 13:00:06 게재

캐나다, 보복관세 조치·WTO에 분쟁협의 요청 … 멕시코, 다자주의로 우회 대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은 최근 멕시코, 캐나다, 중국 등 주요 교역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트럼프발 무역전쟁’을 본격화했다. 이에 각국은 즉각적인 보복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세계 공급망은 큰 혼란에 빠졌다. 한국을 포함한 무역 의존 국가들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5일(현지시간), 멕시코 경제부는 2023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수입된 특정 알루미늄 제품(바·할로우 형태)에 대한 덤핑 조사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미국과 중국 내 51개 생산업체로, 멕시코 내 산업에 미친 영향을 점검할 예정이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12일부터 철강·알루미늄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예고에 따른 자국 산업 보호 조치로 해석된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장관은 “미국이 멕시코에 수출한 철강·알루미늄에서 68억9700만 달러(약 10조 원) 흑자를 기록했다”며 “이 조치는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4일 캐나다와 멕시코에 각각 25%, 중국에는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 전쟁을 본격화했다. 이에 캐나다는 300억 캐나다 달러(약 30조 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25%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5일 WTO에 분쟁 협의를 요청했다. WTO 제소 절차의 첫 단계인 분쟁 협의는 60일간 진행되며, 협상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WTO 패널에 판정을 요청할 수 있다.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는 “미국은 동맹국과의 무역전쟁을 시작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향후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었으나, 트럼프와의 갈등은 여전히 첨예하다.

중국은 10일부터 미국산 농산물에 대해 10~1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며, 멕시코는 9일 보복 품목을 공개할 계획이다. 이러한 조치들은 트럼프의 ‘관세 무기화’에 대한 직접적인 반격으로, 글로벌 무역 질서를 더욱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는 5일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50분간 통화했으나, 펜타닐 유입 문제 등에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트럼프는 “트뤼도가 권력 유지를 위해 관세 문제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한 반면, 트뤼도 총리는 협상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무역 질서에 위기가 가시화되자, 브릭스(BRICS) 국가들은 멕시코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다자주의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미국의 일방주의는 다자주의 훼손”이라며, 멕시코의 시장 다각화를 지원할 의사를 밝혔다. 멕시코 정부 역시 “미국의 경제적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무역 파트너를 찾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는 멕시코의 외교적 전략 변화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관세 전쟁은 한국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에 생산 기지를 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기아 등 한국의 대기업들이 주요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특히 미국으로의 무관세 수출이 주요 전략이었던 만큼, 원가 상승과 공급망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는 결국 한국 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중국산 저가 제품의 동남아시아 및 한국 유입이 증가하면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인한 추가 피해도 예상된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관세 장기화 시 미국 경제성장률이 1% 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하며,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우려를 제기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의 존 윌리엄스 총재는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를 언급하며 무역 전쟁의 역효과를 경고했다. 이러한 분석은 미국의 경제 성장에 큰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관세 무기화가 초래한 무역 갈등은 단순한 국가 간 분쟁을 넘어, 글로벌 경제 질서를 뒤흔들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각국은 보복 조치와 분쟁 심화 속에서 자국의 경제적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전략을 재조정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국제적인 협력과 다자주의적 접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정재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