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오늘 부산행…영남권 전략거점 공략 포석
‘북극항로 개척’ 간담회 … 영남 지지세 회복 시도
민주당 경선 앞서 비명계 전면 배치 경선캠프 구상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부산을 방문, ‘북극항로 개척’을 주제로 한 현장 간담회 등을 가졌다. 부산을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거듭 내놨다. 조기 대선을 겨냥해 부산을 거점으로 영남권 지지세 회복을 시도하려는 포석도 담겨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부산을 방문해 박형준 부산시장과 만나 북극항로 정책에 대해 논의하고, 이후 부산항만공사 신항지사를 방문해 ‘해양강국 도약을 위한 북극항로 개척’을 주제로 현장 간담회를 가졌다. 이 대표는 지난달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부울경 동남권을 해운·철도·항공을 연계한 트라이포트 물류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는 등 북극항로 개척을 강조해 왔다. 북극의 해빙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부산시가 북극항로 개척 전담조직을 꾸리는 등 적극적으로 나선 것을 환영하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 대표는 부산항만공사 방문 이후 송기인 신부를 만날 예정이다. 송 신부는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고 부산 민주화운동의 대부로 통하는 인물이다.
민주당은 송기인 신부와의 면담과 관련 “정국과 관련한 조언을 들을 예정”이라고 했다. 친노·친문세력을 포함한 당내 통합 분위기를 부각시켜 전통적 지지층 결집을 고려한 행보라는 것이다. 민생 우선의 정책행보에 취약지역인 영남권 지지세 회복을 꾀하는 시도로, 이 대표가 대선을 위한 지역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부산 방문에 앞서 이 대표는 5일 국회에서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지도부 등 경제계 인사들과 만나 민생경제 간담회를 가졌다.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 경제계에서는 류 진 한경협 회장과 정 철 한국경제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민주당과 한경협이 공개 간담회를 갖는 것은 10년 만으로 성장·민생우선·실용을 내세운 이 대표의 최근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
이 대표는 간담회에서 “지향하는 바가 다를 수는 있지만, 다 함께 잘되자는 것이지 누군가의 것을 뺏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되면 되는대로, 안되는 건 안 되는 대로 필요하면 대화하고 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 논쟁이 되기도 했는데, 개별기업이 감당하기 어렵거나 위험성이 높은 투자의 경우 국부펀드든 국민펀드든 국가적 차원의 투자를 할 길을 열어야 한다”며 “경제계에서도 국가 투자를 늘려달라고 요청을 했었는데, 그런 문제를 상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류 진 회장은 “(이 대표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다시 성장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는데 적극 공감한다. 결국 해법은 성장이며, 성장의 마중물인 기업의 투자가 살아나야 한다”면서 “창업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업가 정신을 마음껏 발휘할 환경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오는 20일 삼성 청년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사피)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날 예정이다. 사피는 삼성이 2018년 발표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방안’의 일환으로, 국내 IT 생태계 저변을 확대하고 청년 취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시작한 사회공헌(CSR) 프로그램이다. 이 대표는 이날 이 회장과 만나 청년의 사회진출 등 청년 고용 문제와 반도체 특별법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통상 문제와 경제 현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기 대선을 노린 경제 정책을 앞세운 공개활동과 함께 민주당 내부의 준비도 속도를 내는 양상이다. 민주당 집권플랜본부는 6일 ‘트럼프 2.0 크립토 금융시대, 대한민국의 대응 전략’ 세미나를 열고 트럼프 정부 움직임에 대응하는 한국의 가상자산 정책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이 대표가 민주당 경선에 참여할 것을 대비한 경선캠프 구성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 대표와 가까운 친명계 대신 중립성향의 비명계 의원을 전면에 배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도권 충청권 등 지역과 선수 등을 고려해 5선의 윤호중 의원(경기도 구리시)과 3선의 강훈식(충남 아산을), 재선의 천준호(서울 강북갑)의원을 선대위원장과 본부장, 전략본부장 등으로 각각 내세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의원은 범친문계 인사로 21대 국회 전반기 원내대표를 지내 통합형 인물로, 강 의원은 중·장년을 잇는 가교 역할을, 천 의원은 전략의 연속성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 친명계 의원은 “다양한 형태의 조합을 추천 받고 의견을 듣고 있는데, 당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형 캠프로 구성하는 방안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여기에 부산 출신 3선인 전재수(부산 북구갑) 의원의 대선 경선 참여 가능성도 거론돼 눈길을 끈다. 전 의원은 노무현정부 청와대 출신으로 지난 21대 민주당 대선경선에서 이재명 대표의 부울경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당 일각에선 이 대표가 중도보수 지향을 천명하면서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에 호소할 수 있는 러닝메이트 성격의 후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영남권 친노·친문 인사인 전 의원이 적격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 대표는 최근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지난 성남시장 시절 19대 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한 것과 관련해 “민주당의 왼쪽을 담당하는 역할이었는데 지지율이 올라가 오버를 했다가 역풍을 맞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