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외담대 수백억원…납품업체 피해 우려

2025-03-06 13:00:08 게재

금감원, 은행권 통해 규모 파악

홈플러스가 못 갚으면 업체 부담

홈플러스 납품업체들이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수백억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홈플러스에서 받은 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하지만 홈플러스가 법원에 기업회생신청을 하면서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에 따른 납품업체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6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홈플러스와 납품업체들은 시중은행의 전자방식 외상매출 채권 시스템을 통해 거래를 해왔고 은행은 거래 내역을 토대로 납품업체에 외담대를 내줬으며 규모는 수백억원 가량 된다. 외담대 만기가 도래하면 은행들이 먼저 홈플러스에 상환 청구를 해서 받는 방식으로 일종의 어음과 유사하다.

홈플러스는 협력업체와의 일반적인 상거래 채무는 전액 변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기업 회생절차에 들어간 만큼 은행들의 상환 청구에 응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현재 홈플러스에 입점한 업체들 중 일부가 1월 매출을 정산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홈플러스에서 대출금을 받지 못하면 납품업체들에게 요구하게 된다. 통상 기업의 신뢰도가 높으면 은행들이 외담대를 해줄 때 상환소구권을 요구하지 않지만, 홈플러스의 경우는 은행의 상환소구권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에서 대출금을 받지 못한 은행들이 납품업체들을 상대로 상환소구권을 행사하면 업체들이 부담을 지게 되는 구조다.

납품업체에 대한 외담대 문제는 태영건설이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갈 당시 불거지기도 했다. 태영건설 납품업체는 태영건설이 현금 대신 지급한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은행에 대출을 받았지만 태영건설이 갚지 않은 일이 벌여졌다.

당시 태영건설은 외담대의 경우 채무상환이 유예되는 워크아웃 대상 채권에 포함된다며 상환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외담대 운영이 안 되면 원활한 사업 진행이 어렵다는 점에서 상거래 채권을 갚아야 한다고 했고, 태영건설은 결국 외담대를 상환했다. 당시 일부 은행들이 태영건설에서 대출금 상환을 받지 못하자 납품업체에 소구권 행사를 통보했고, 금융당국은 일단 소구권 행사 유예를 은행권에 요청하기도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5일 증권사 CEO들과의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상거래채권과 관련된 업체들의 운영이 어떤지 눈여겨보고, 거래업체의 대금 정산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모니터링 중”이라며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도 챙겨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금융권 익스포저를 먼저 파악했고 이후 협력업체로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위험을 확인하고 있다.

이 원장은 “금융회사 익스포저는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금융권에서 대규모 손실을 예상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다만, 정상 채권에서 분류가 달리 될 수 있다 보니, 충당금에 문제가 있고 이게 금융회사 대차대조표에 미치는 영향은 있지만, 개별회사 분석 결과 유의미하게 큰 정도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여러 사례에서 봤던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응 계획)을 점검은 하고 있지만 아직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미리 말씀드리긴 과하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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