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거부 의대생 복귀 물꼬 트이나
내년 증원 ‘0명’에 의대 총장들 사실상 합의 … 즉시 복귀 전제
의과대학이 있는 전국 40개 대학 총장들이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하는 방안에 사실상 합의했다. 최근 의대 학장들이 정부에 건의한 의대 정원 3058명을 ‘한달 이내 의대생 복귀’를 조건으로 수용한 것이다.
전날 전국 의대가 대부분 개강한 가운데 총장들의 결정이 의대생 복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일 전국 40개 대학 총장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는 영상회의를 열고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5058명에서 2000명 줄여 증원 전으로 돌아가는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상당수 총장은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의 복귀를 전제로,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정원을 3058명으로 정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도 의대 모집 정원은 대학 총장들이 결정할 것이 확실시된 상황이다. 국회에서 의사 정원 등을 정할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 설립을 위한 관련 법률 개정이 진행 중인데, 개정안이 통과돼도 의대 정원 확정 시한인 오는 4월 30일까지 시일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각 대학 총장이 내년 모집 인원을 정할 수 있는 상황이라 이들이 3058명으로 합의하면 사실상 확정되는 셈이다.
앞서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지난달 19일 각 대학 총장에게 공문을 보내 내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정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또 의학회, 대한민국의학한림원, KAMC, 한국의학교육학회 역대 회장과 이사장, 의대 출신 역대 대학 총장 등 17명도 4일 ‘의학교육 정상화를 바라는 의료계 원로들의 호소문’을 내고 이에 힘을 실었다.
3058명인 2024학번과 4567명인 2025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받는 ‘더블링’ 상황이 현실화된 가운데 복귀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자칫 내년에 1만명이 넘는 3개 학번이 한번에 수업을 듣는 파국을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진데 따른 것이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가 지난달 3~27일 전국 40개 의대(의학전문대학원인 차의과대 포함)의 24학번부터 19학번(본과 4학년)까지 총 1만83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만7695명(96.6%)이 이번 1학기에 휴학을 하겠다고 학교측에 밝혔다.
다만 총장들은 학생들이 한달 안에 돌아오지 않으면 기존 증원안대로 갈 계획이다.
한 비수도권대학 총장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증원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확인했다”면서도 “증원은 국민과 대학이 모두 원하는 일이지만 3개 연도 학생을 도저히 (한꺼번에) 가르칠 수 없어 이번주 중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대학 총장들은 의대 증원에 힘을 실어왔지만 24학번에 이어 25학번 의대생들까지 수업을 거부하는 상황이 이어지며 교육 정상화를 위해 양보한 모양새가 됐다.
한편 이 회의에는 교육부도 참석했으나 의대 정원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교육부는 출입기자단에 보낸 공지를 통해 “오늘 개최된 의총협 비대면 회의에 교육부 관계자도 참관했다”면서도 “의사 결정 과정에서 의견을 제출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총협 회의에 대한 교육부 입장은 별도로 없다”고 덧붙였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