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되풀이될라…여야, 조기 대선서 지지층 이탈 ‘비상’

2025-03-06 13:00:03 게재

2007년 대선 투표율 급락 … 민주당 지지층 기권으로 참패 초래

찬탄, 강성보수, 반탄은 중도·보수, 이재명은 비명 이탈 ‘우려’

2007년 17대 대선은 1987년 직선제가 부활한 이후 치러진 8차례 대선 가운데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층이 대거 기권한 탓으로 해석됐다. 여파는 컸다. 민주당(대통합민주신당)은 역대 최악의 참패를 기록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여야 모두에서 지지층 이탈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지층 이탈을 막지 못하면 박빙의 대선에서는 치명상이 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헌재 앞 대통령 탄핵 기각 촉구 릴레이 시위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왼쪽), 심재돈 인천 동구·미추홀구갑 당협위원장(가운데), 이상규 성북을 당협위원장이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대통령 탄핵 기각 촉구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07년 대선 투표율은 63.0%에 그쳤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8차례 대선이 치러졌는데, 전부 70~80%대 투표율을 기록했지만, 유독 2007년 대선만 60%대 투표율에 머물렀다. 왜일까. 당시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계가 극심한 내분을 겪자, 이에 실망한 민주당 지지층 상당수가 기권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그 결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48.6%)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26.1%)와의 격차는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지지층 이탈이 선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반면 2022년 대선 투표율은 77.1%였다. 여야 지지층이 대거 투표장으로 나온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양쪽 지지층이 결집한 결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48.5%)와 민주당 이재명 후보(47.8%)는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조기 대선이 유력해진 가운데 여야 모두에서 지지층 이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빙이 예상되는 선거에서 내분을 빚는 쪽은 패배를 자초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찬탄파(탄핵 찬성)과 반탄파(탄핵 반대)로 나뉘어 있다. 찬탄파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한동훈 전 대표 중에서 후보가 나올 경우 탄핵에 반대하는 강성보수층이 기권을 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탄파인 여권 인사는 5일 “탄핵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보수층 입장에서는 찬탄파 주자들은 배신자일 뿐”이라며 “만의 하나 찬탄파가 후보가 된다면 보수층은 찬탄파는 도저히 찍을 수 없고 이재명도 싫기 때문에 기권을 택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반탄파 주자로 꼽히는 김문수 노동부 장관이나 홍준표 대구시장, 나경원 의원 등이 후보가 될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국갤럽(2월 25~27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이 탄핵에 대한 입장을 조사한 결과, 중도층에서는 찬성 70%, 반대 23%였다. 보수층에서도 찬성이 27% 나왔다. 중도층과 보수층 중에서 탄핵에 찬성한 유권자는 반탄파 후보를 찍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도 지지층 이탈 고민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이재명 대표가 5일 ‘2023년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를 놓고 “당내 일부와 검찰이 짜고 한 짓”이라고 주장하자, 비명계 모임에서는 “막말에 대해 즉각 사과하라”는 논평을 냈다. 민주당 지지층 중에도 비명(이재명)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 대표가 조기 대선까지 통합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비명 지지층의 이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다른 여권 인사는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이 대표는 찍지 못하겠다는 유권자가 상당히 존재한다. 2007년 상황과 비슷한 분위기”라며 “국민의힘 후보가 (조기 대선에서) 유리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여야 모두 지지층 이탈이 우려되는 만큼 어느 쪽이 더 통합 노력을 통해 지지층 결집을 이끌어 낼 수 있는가에 조기 대선의 승패가 갈렸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다른 여권 인사는 “찬탄파가 됐든, 반탄파가 됐든 정권을 뺏기지 않으려면 탄핵을 둘러싼 이견을 잊고 힘을 합쳐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대선 패배는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최근 비명계 인사들을 두루 만나왔다. 조기 대선에서 분열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읽혔다. 비명계와의 만남으로 지지층 이탈을 막을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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