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내구재 소비 4년 연속 후퇴

2025-03-06 13:00:03 게재

“고가제품에 지갑 안열어” … 국내소비는 더디지만 개선

해외소비 폭발적 증가 … 한은, 올해 민간소비 전망 낮춰

가계의 내구재 소비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고가 제품인 내구재 소비의 역성장은 가계 소비여력이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5년 국민소득’(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내구재 소비 금액은 92조4000억원으로 전년(96.1조원) 대비 3.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계 소비지출에서 내구재는 2020년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101.8조원)을 넘어선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21년(99.6조원) 전년 대비 2.1% 감소한 이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줄어드는 추세이다.

내구재 소비 감소는 전체 소비지출이 조금씩이나마 개선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연간 가계의 국내 소비지출 총액은 1032조6000억원으로 전년(1025.3조원) 대비 0.7% 증가해 금액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이다.

국내 소비지출은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확산되던 2020년(935.2조원) 전년 대비 3.8% 감소한 이후 4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금액으로도 2020년 대비 10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우리 국민들이 국외에서 지출하는 해외소비는 급속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거주자의 국외 소비지출 금액은 30조9000억원으로 전년(25조2000억원) 대비 22.6% 증가했다. 역대 최고치였던 2018년(39.8조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외지출이 급감했던 2020년(11.8조원) 이후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이처럼 내구재 소비가 4년 연속 후퇴하는 데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TV와 노트북 등의 판매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세계 노트북 출하량은 2020년 전년 대비 26%나 급증했고, 이듬해까지 두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갔다. 한은 관계자는 “팬데믹으로 늘어난 노트북과 TV 등 내구재는 교체주기 등이 있어 소비가 바로 회복되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내구재 소비 후퇴가 단순히 교체주기나 일시적인 급증에 따른 기저효과만으로 설명하기 어럽다는 분석도 있다. 가계 소비심리가 빠르게 식으면서 상대적으로 고가의 제품에 대해서는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는 풀이다. 한국은행이 매달 조사하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내구재소비지출 전망지수는 91로 전체 소비지출전망지수(106)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난해 연간 국민소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소비지출은 전년 대비 1.1% 증가에 그쳐 전년(1.8%)에 비해 증가세가 둔화했다. 분기별 추이도 민간소비는 지난해 2분기(-0.2%) 마이너스를 보인 이후 3분기(0.5%)와 4분기(0.2%) 연속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한은은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과 관련 당초 2.0% 성장에서 1.4%로 낮춰 잡았다. 특히 올해 상반기는 1.0%에 그쳐 하반기(1.7%)에나 소폭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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