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퇴직연령 49세, 중장년 일자리 ‘필수’
정년 전 비 자발적 퇴직자 41% 달해
정년연장 논의보다 재취업정책 시급
중장년정책, 4050 대상으로 전환해야
49.4세. 통계청이 밝힌 대한민국 평균 퇴직 연령이다. 은퇴를 희망하는 나이는 65세이지만 실제 회사를 떠나는 시점은 15년이나 빠르다. 정년을 채워 퇴직하는 비율은 10% 밑으로 떨어졌다. 조기퇴직자(58만8000명)가 정년퇴직자(44만3000명) 보다 많은 시대, 중장년 일자리 정책의 근본적 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년 채우고 퇴직하는 직장인 10% 미만 = 전문가들은 정년연장 논의보다 시급한 것이 중장년 일자리에 대한 기본 인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한다. 60세 정년을 채우고 퇴직하는 비율이 10%도 안되는(9.3%) 상황에서 정년연장 논의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일하고 싶은 나이와 실제 일할 수 있는 나이 사이의 간격은 계속 벌어지고 있다. 기대수명(83.6세)과 퇴직 희망 연령(72.3세)은 오히려 늦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장년 일자리 정책의 기본틀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기존 중장년 정책은 ‘복지’ 차원에서 이뤄졌다. 정년을 채우고 퇴직하는 상황을 전제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50세 이전 퇴직이 ‘평균’이 된 상황이다.
퇴직 후 연금 수급까지, 부족한 노후 준비 때문에 일을 해야 하는 시기는 적어도 10년, 많으면 20년 가까이 늘어났다. 김지현 50플러스재단 연구원은 “중장년 일자리 정책을 복지가 아닌 생계 문제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맞춰 정책 대상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존 50~64세인 정책 대상을 4050으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중장년 구인기업, 구직자와 직접 연결 = 서울시 중장년 정책을 연구·집행하는 50플러스재단의 실험은 이처럼 급변한 일자리 환경에서 여러 시사점을 남긴다.
재단은 2022년부터 5년짜리 프로젝트로 중장년 일자리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정책 초점을 바꾸고 중장년 특성에 맞는 취업 지원 사업을 지속한 결과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72회의 채용설명회를 열어 3426명 참가자 가운데 20.3%가 취업에 성공했다. 재단 주도로 실시하는 서울시 중장년 일자리박람회는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중장년 구인기업이 한자리에 모이는 국내 최대 중장년 채용 행사로 자리잡았다. 올해도 120개 이상 기업이 참여할 예정이다.
구인 기업과 구직자를 한데 모으는데 그치지 않았다. 구직자와 중장년 구인기업을 한데 묶어 맞춤형 채용을 진행했다. 한국맥도날드와 협업이 대표적이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5회 진행한 채용설명회를 통해 지원자 391명 중 109명이 맥도날드에 취업했다.
기업의 만족도도 높다. 길여진 한국맥도날드 이사는 “재단과 협업을 통해 현장에서 구직을 희망하는 중장년층을 직접 만나고 채용까지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풍부한 경험을 가진 중장년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특히 성실성, 책임감으로 인해 같이 일하는 젊은 직원들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끼쳐 서비스 품질 향상과 매장 분위기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 패러다임 전환 위해 포럼 개최 = 50플러스재단은 중장년 일자리 정책에 근본적 변화를 모색하고 사회적 관심을 제고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오는 1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서울시 중장년 정책 포럼 2025’에서는 중장년 정책을 복지에서 일자리 경제로 전환할 것과 이를 위해 필요한 제도 개편 방안 등에 대해 심도있는 토론을 벌인다. 중장년 고용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 제안 및 실천 방안 등 실효성 있는 대안을 각계 전문가들 토론을 통해 내놓을 예정이다. 정년 전 조기퇴직자의 소득 공백 해결 방안도 토론의 주요 주제다.
강소랑 서울시 50플러스재단 정책연구팀장은 “중장년 일자리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문제”라며 “중장년들이 정년 이후에도 원하는 만큼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학계는 물론 산업계까지 온 사회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