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소환된 ‘타다 논쟁’ … ‘중도보수’ 민주당에 닥칠 ‘갈등’ 보여주나
새로운 기술과 노동·환경 등 진보 의제 충돌 가능성
민주당, 노동자·분배 중심에서 기업·성장 중심 전환
“시간 들여 사회적 합의 만들어가는 과정 필요” 조언
정의당, 민주당 ‘반도체법’에 “건강권·환경 방치해 반대”
5년 전 한국판 우버를 내세우며 등장한 ‘타다’가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법 개정으로 사실상 퇴출된 사례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쏘아올린 ‘K 엔디비아’ 논쟁과 맞물려 수면 위로 올라왔다. 택시 운전기사 4명이 분신하는 등 택시업계의 강한 저항에 여야가 참여한 사회적 대타협으로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나왔고 이를 만드는 데 앞장선 박홍근 의원(당시 국토위원장)과 ‘타다’ 창업자인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페이스북 논쟁을 벌였다. 여기에 민주당 소장파 의원인 이소영, 장철민, 김한규 의원이 사실상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서 불이 붙었다. 앞으로 인공지능 등 새로운 산업이나 사업들이 등장했을 때 기존 산업이나 사업, 그리고 그곳이 삶의 토대인 노동자 간의 조율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것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그동안 ‘진보’를 자청했던 민주당이 최근 이재명 대표에 의해 ‘중도보수’로 정체성을 조정하고 노동자와 분배를 앞세우던 데에서 기업과 성장을 전면에 내세우며 ‘산업정책 주도 성장’을 채택한 만큼 민주당이 고수했던 노동, 환경 등의 의제를 두고 당내 갈등이 표면화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6일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타다 금지법이 민주당이 산업혁신을 좌절시킨 상징적 사례로 남겨서는 안 된다”며 “이 입법이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권정당으로서 더 최선은 없었는지 늘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여객운수법에 의해 ‘타다’가 법적 문제가 없었다는 것은 이미 대법원 판결로 확인됐지만 이후에 민주당은 택시업계의 반발 등을 이유로 ‘타다’가 사업을 정리하게 만드는 쪽으로 법을 개정하는 데 앞장섰다.
논쟁은 이재명 대표의 ‘K 엔디비아’ 발언 이후 이 전 대표가 2020년 3월에 페이스북에 올렸던 “‘타다’가 혁신의 꿈을 꿀 기회를 달라”를 소환하면서 시작했다. 그는 “이 대표의 엔비디아 같은 기업을 한국에서 키워내겠다는 이야기는 환영한다”면서 “과거에 잘못한 일에 대한 사과는 미래를 위한 논의를 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엔비디아같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이 판단해서 어떤 기업이 혁신적이지 않아 보이기 때문에 망하게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과거에는 우리가 혁신생태계에 우선순위를 높게 두지 않았다는 것을 반성한다. 이제부터는 한국에서 엔비디아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있는 혁신생태계를 만드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의 역할을 마음껏 혁신적인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법에서 금지하는 것은 다 허용하고 심지어는 법을 개정해서라도 금지되어 있는 것을 허용할 생각을 해야 한다”며 “이재명 대표의 약속에 진정성이 있고 시행할 의지가 있다면 혁신보다는 기득권 시스템 유지에 더 신경 썼던 과거를 반성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박홍근 의원이 발끈하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타다’ 논란의 본질은 혁신의 존중 여부가 아니라 제도권 밖에서 시작한 혁신을 어떻게 제도권 안으로 포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라며 “사회적 대타협이 ‘혁신을 주저앉혔다’는 주장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당시 ‘타다’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음에도 사회적 대타협을 거부하며 벼랑끝 전술을 택했다”며 “당시의 사회적 대타협은 신산업의 혁신요소를 전통산업과 융합해 산업전반의 혁신을 촉진한 모델로 평가할 만하다”고 했다.
이소영 의원이 이 전 대표와 박 의원간의 페이스북 논쟁에 말을 더했다. 이 의원은 타다금지법 사례는 “법 테두리 안에서 만들어진 합법서비스를 국회가 사후적인 법 개정으로 불법화한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변호사협회의 탄압으로 꺾여 버린 로톡과 리걸테크 기업들, 안경사 공인중개사 회계사 등 기존 이해관계자들과의 갈등 속에서 고사돼버린 아이디어들”을 언급하며 “혁신적 도전과 기존 산업이 부딪칠 때 우리 정치는 누구의 편에 서 있었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정치권은 기존 사업에서 일자리를 가진 사람 모두를 ‘을’로 규정하고 자본과 기술투자에 따라 등장한 혁신기업을 ‘갑’으로 바라봐온 측면이 있다”며 “민주당이 ‘새로운 것’을 환영하면서 유연하고 유능하게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집권정당으로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문재인정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낸 홍종학 전 의원은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며 시간을 들여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못하고 서둘러 봉합하면서 갈등을 해결하지 못했다”며 “옳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옳은 것을 가장 적은 비용으로 실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벌써 정의당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반도체특법법’에 반대하며 반도체 업체에 대한 각종 지원을 ‘특혜’로 규정했다. 이어 “독과점, 환경 파괴, 노동자 건강 위해 같은 문제점들을 어떻게 규제할지에 대한 내용은 전무하다”며 “이 법이 그대로 통과되면 인근 지역 주민과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삶까지 파괴하고 기후위기를 앞당기게 될 것임이 너무도 분명해 보인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