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비화폰’ 수사 길 열리나
영장심의위 “김성훈 구속영장 청구 적정”
판정승 거둔 경찰 … 경호처 수사 힘실려
서울고등검찰청 영장심의위원회가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그에 대한 신병 확보가능성이 커졌다. ‘12.3 내란’ 수사의 핵심증거이지만 김 차장에 가로막혀 경찰이 접근하지 못했던 비화폰 서버를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검 영장심의위는 전날 비공개회의를 열고 출석 위원 9명 중 6명의 찬성으로 김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의결했다.
심의위는 위원장 포함 10명으로 구성되는데 위원장은 의결에 참여하지 않는다.
영장심의위는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찰이 청구하지 않을 경우 영장 청구의 적정성을 따지는 기구다. 2021년 제도 도입 이후 심의위가 열린 건 이번을 포함해 총 16건. 이 가운데 ‘영장 청구 적정’ 결과는 이번이 두 번째다. 그만큼 이례적인 결과다.
심의 위원들은 4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검찰과 경찰 양측의 의견을 듣고 질의응답과 위원간 논의를 거쳐 ‘영장 청구 적정’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앞서 경찰은 김 차장과 이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김 차장은 3차례, 이 본부장에 대해선 2차례 영장을 모두 기각하자 지난달 24일 서울고검에 심의를 요청한 바 있다.
김 차장 등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고 부당한 인사조치를 하거나 비화폰 관련 기록 삭제를 지시한 혐의(특수공무집행 방해 및 직권남용)를 받는다.
경찰은 이같은 혐의가 충분히 소명됐고, 증거인멸 우려도 크다며 김 차장의 구속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반면 검찰은 윤 대통령이 이미 구속기소돼 체포 방해와 관련한 재범의 우려가 없고 직권남용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어 불구속 상태로 수사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었다.
교수와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가 구속영장 청구가 적정하다는 결론을 내림에 따라 경찰이 판정승을 거둔 모습이다.
해당 검사와 경찰은 심의위 결과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존중해야 한다.
이에 따라 경찰은 조만간 김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영장을 반려해왔던 서부지검도 심의위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영장 청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경찰이 김 차장과 이 본부장 신병 확보에 성공하면 비화폰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감청과 녹음이 불가능한 비화폰은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내란 사태 핵심인물들의 소통 수단으로 사용됐다. 그만큼 내란 수사의 퍼즐을 맞추기 위한 핵심 증거로 꼽힌다.
이에 따라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수차례 대통령경호처에 보관된 비화폰 서버 확보를 시도했지만 김 차장이 이끄는 경호처에 가로막혀 번번이 허탕을 쳐야 했다.
이번 김 차장 구속영장 심의위가 관심을 모았던 것도 경호처 비화폰 수사와 연관돼 있어서다.
김 차장이 구속되면 경찰은 비화폰 서버 확보를 위한 경호처 압수수색을 다시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검찰이 경찰의 신청을 받아들여 김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해도 법원이 기각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이 정당했다는 것을 인정받은 만큼 향후 구체적인 수사계획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구본홍·장세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