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어지럽히는 외국 발 ‘반탄’
독일방송, 중국·부정선거 음모론 일방보도
고든 창 또 “중국·민주당 손잡고 부정선거”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외국발 ‘반탄’ 콘텐츠들이 정국을 더 어지럽히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ARD와 ZDF가 운영하는 전문편성 채널 피닉스(Poenix)는 지난달 25일 웹사이트에 ‘인사이드 코리아-미국, 중국 그리고 북한’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공개했다.
이 영상은 ‘12.3 내란’ 사태 이후의 국내상황을 약 28분에 걸쳐 다룬다. 그런데 이를 미중갈등의 지정학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계엄, 부정선거 음모론을 지지하는 극렬 인사들의 발언을 일방적으로 소개해 편향·왜곡 비판이 일고 있다.
비판에도 물구하고 이 영상은 극우세력 및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전세계가 대한민국의 부정선거를 알게 됐다’ ‘객관적 시각으로 보도하는 독일 공영방송’ 등의 제목을 단 소개영상이 퍼져나갔다. 국민의힘도 4일 방송 내용을 한국어로 번역해 공유하며 “대한민국 정치와 국제 정세 속 위치를 재조명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지난달 보수 정치평론가인 고든 창도 미국 최대 우파 정치행사인 CPAC에서 한국의 부정선거음모론을 설파하고 계엄을 옹호한 후 트럼프 대통령의 칭찬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고무된 바 있다.
고든 창은 이달 3일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도하고 있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의 화상대담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당하고 조기 대선이 치뤄지면 중국·민주당이 손을 잡고 친중·친미·반미 성향의 이재명이 부정선거를 치룰 것”이라고 주장했다.
탄핵 반대 세력이 해외에서 ‘뜻하지 않은 우군’을 잇따라 만나면서 향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불복할 동력을 쌓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일부 편향된 해외의 메시지가 실제 탄핵심판 결과나 국민여론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진 않다”며 “그러나 극렬층에게 탄핵심판 결과에 불복할 명분을 주면서 사회 갈등을 더 키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