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실적 부족 교수 재임용 탈락 ‘정당’
1·2심, 대학 재량권 놓고 엇갈린 판결
대법 “재량권 일탈·남용 아냐” 원심 파기
논문 실적 부족으로 재임용에서 탈락한 대학 교수가 처분에 불복했지만 학교의 처분이 정당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7년간 A급 논문 7편을 발표하지 못하면 재임용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한 학칙에 따라 재임용을 거부한 것이므로 대학 재량권을 남용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1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대학 교수 재임용에 탈락한 A씨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2007년 B대학교 법학전공 전임강사로 임용된 A씨는 2015년 부교수로 승진했으나, 2022년 2월 재임용이 거부됐다. 재임용 요건인 ‘필수학술논문 중 국내 A급 이상 7편’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A교수는 임용기간 만료일(2022년 2월 28일)에 4편의 논문에 대한 게재예정증명서를 제출했으나, 학교측은 교원인사규정에 따라 ‘임용기간 내 원본 제출’이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재임용을 거부했다. 이에 A교수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재임용 거부 취소를 요청했으나 기각되자 소를 제기했다.
1심은 재임용 거부에 재량권 일탈·남용이 없다는 교원소청심사위 판단이 타당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이를 뒤집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학측이 원고의 연구업적을 적정하게 반영하기 위한 합리적 기준에 따른 공정한 심사를 거치지 않은 채 재임용을 거부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이 원심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재임용 심사에 관한 이 대학 규정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그에 따른 재임용 거부 역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재임용 거부가 위법하지 않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교원인사 규정이 필수학술논문 발표기준을 심사 요소로 삼는 것은 학술단체에서 논문의 학술 가치, 중복·표절 여부 등을 사전 심사해 게재를 허가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며 “약 7년의 임용 기간에 최소 7건의 논문을 게재하도록 요구한 것이 과다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기준은 연구 실적을 평가하기 위한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요소일 뿐 아니라, 학생들의 건전한 지식과 인격의 신장을 목표로 해 학문연구 결과 등을 전수하고 그들을 지도하며 가르치는 대학 교육의 본질과 교원의 역할에 부합하는 심사 요소”라고 설명했다.
A 교수가 뒤늦게 논문 4편 게재예정증명서를 제출한 데 대해서도 “이것만으로는 구체적 논문의 내용을 알 수 없다”며 “4편에 대해서는 학술 가치 등을 심사받을 기회를 제공받지 못했는데, 이는 대학이 그런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원고가 임용 기간 만료일에서야 게재예정증명서만 제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