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 중단 현실화…고용불안에 노동자 다시 거리집회

2025-03-07 13:00:16 게재

홈플러스 진화 나섰지만 불안감 지속 … 정치권, 감독하지 못한 정부 책임 제기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제기됐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일부 제조사에서 시작된 제품 공급 중단이 협력업체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책임을 지지 않는 모습이 불을 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주요 협력사인 동서식품 등 일부 협력사들이 납품을 중지했다. 이들 업체 외 상당수 협력사들은 사황을 주시하며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일시 중지됐던 일반 상거래채권 지급을 재개했다고 밝혔지만 불안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6일 현재 가용 현금 잔액이 3090억원이며 이달에만 영업 활동으로 유입되는 순현금 규모가 약 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총가용자금이 6000억원을 상회해 일반 상거래 채권 지급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도급 협력사의 도급비 미정산 역시 “일시적 현상으로 곧 재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협력사와 소비자들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집회를 열고 MBK의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와 홈플러스지부 조합원 20여명은 6일 MBK 사무실이 있는 서울 광화문 D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안수용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은 “‘홈플러스가 힘들다면 함께 견뎌야 한다’며 버텼는데 우리의 헌신은 배신으로 돌아왔다”며 “현장에서는 회사가 언제 망할지, 폐점이나 정리해고로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몰라 직원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협력사들 또한 제2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를 우려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MBK가 책임지고 홈플러스를 회생시키도록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와 홈플러스지부 조합원들이 6일 MBK 사무실이 있는 서울 광화문 D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대주주인 MBK가 선제적으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을 신청한 것부터 비정상적이라며 회생을 책임지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김광창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MBK는 기업회생을 통해 부채 부담을 줄여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결국 매각차익을 벌어들이려 할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회생을 신청한 기업은 오너가 사재를 털어 넣어서라도 소생시키려 하는데, MBK 김병주 회장은 그럴 생각도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도 “MBK는 채권단과 협상에서 부채 일부를 탕감시키거나 상환 일정을 조정하려 들 것”이라며 “인력 감축, 임대료 조정, 점포폐점 등 악랄한 구조조정을 시도해 기업가치를 올린 뒤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은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금융 이슈에 대한 선제적 조치라는 이유로 기업회생을 신청한 것부터 정상적이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홈플러스 마트노조는 이날 ‘팩트체크’ 자료를 통해 “사측은 상환전환우선주(RCPS)가 자본으로 전환돼 부채비율이 낮아졌다고 발표했는데 본래 회생 절차에서 RCPS는 후순위 채권으로 분류된다”며 “자본전환에 따라 RCPS의 채권 순위가 변경됨에 따라 MBK가 회생을 사전에 준비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정치권도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MBK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6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사실상 사기나 다름없는 MBK의 행태에 철퇴를 내려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이어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기 직전까지, 법인은 물론 개인 투자자를 상대로 기업어음(CP)을 팔았던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기업회생에 들어가면 기업의 가치는 폭락한다. 기업어음도 마찬가지라 사실상의 사기나 다름없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모펀드 MBK와 홈플러스 경영진의 심각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는 한편, 사전에 감독했어야 할 정부 당국은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짚었다.

특히 그는 “MBK는 무리한 차입 경영을 하다 자금난을 겪어왔다”며 “기업회생을 핑계로 홈플러스를 산산조각 내고 먹튀 하려는 것이라면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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