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 논란에 책임론 커진 MBK…금융당국, 강력의지 보여야

2025-03-07 13:00:17 게재

금융권 “시장질서 너무 흐려, 검사 필요”

고려아연 분쟁에서 미공개정보이용 의혹도

“문제된 기관전용 사모펀드 매년 3~4곳 검사”

홈플러스 기업회생신청으로 ‘먹튀’ 논란이 일고 있는 MBK파트너스에 대해 금융당국이 검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지난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와 관련해 미공개중요정보이용 의혹이 제기되는 등 잇따라 문제가 불거지면서 금융감독원장이 MBK에 대한 검사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7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홈플러스 경영과 관련해서 금융당국이 검사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지만 사모펀드에 대한 감독 차원에서 (검사를) 고민하고 있다”며 “아직 검사 여부에 대해 확답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2019년 대규모 투자자 피해를 발생시킨 사모펀드 사태 이후 2021년 사모펀드 제도 개편으로 자본시장법이 개정됐고 기관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사모펀드, PEF)와 업무집행사원(사모펀드 운용사, GP)에 대한 검사권이 신설됐다.

신설된 조항을 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시장의 안정 또는 건전한 거래질서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기관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의 업무집행사원에 대해 기관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의 운용에 관해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또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시장의 안정 또는 건전한 거래질서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기관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의 업무와 재산상황에 관해 기관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 및 그 업무집행사원을 검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권 신설 이후 매년 문제가 불거진 기관전용 사모펀드 3~4곳에 대해 검사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에 ‘금융당국 검사대상’ 별도 명시 =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금융위원회 설치법상 금융당국의 검사 대상이 아니고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자로 분류돼 있지 않지만,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별도로 검사권을 명시한 것이다. 일반사모펀드 운용의 경우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은 금융투자업자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인가가 아닌 금융당국에 등록을 거치면 된다.

자본시장법은 MBK처럼 기관전용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업무집행사원의 불건전행위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업무집행사원이 기관전용 사모펀드와 거래하는 행위, 원금 또는 일정한 이익의 보장을 약속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원이 될 것을 부당하게 권유하는 행위, 사원 전원의 동의 없이 사원의 일부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기관전용 사모펀드가 소유한 자산의 명세를 사원이 아닌 자에게 제공하는 행위, 정관을 위반해 재산을 운용하는 행위, 사모펀드 재산을 운용할 때 정당한 이유없이 일반적인 거래 조건을 벗어나는 불공정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재산에 관한 정보를 업무집행사원의 고유 재산 운용에 이용하는 행위, 특정 기관전용 사모펀드나 투자목적회사의 이익을 해치면서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 등이다.

금융권에서는 MBK가 채권단과 협의 없이 홈플러스에 대한 기업회생신청을 했고, 회생신청 직전까지 회사채를 발행한 것 등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에 근무했던 금융권 인사는 “MBK가 시장 질서를 너무 흐려놓고 있어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검사가 필요하다”며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금융소비자 보호와 나아가 국가경제의 성숙한 발전을 위해서 이번 기회에 자본시장의 먹튀에 대해 금융당국이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4일 오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다만 회생절차 신청과 상관없이 홈플러스의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등 모든 채널 영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에서 한 직원이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금융위, 해산명령·해임요구 가능 = 금융위원회는 기관전용 펀드에 대한 해산명령을 내릴 수 있다. △설립보고와 변경보고, 투자 구조 등을 보고하지 않은 경우 △거짓, 그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설립·변경·투자구조 등을 보고한 경우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의무 위반 △시세조종행위 등의 금지 의무 위반 △부정거래행위 등의 금지 의무 위반 등도 해산명령 사유에 해당된다. 6개월 이내의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 조치도 취할 수 있다.

MBK는 지난해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면서 미공개중요정보 이용의혹이 불거졌다. 고려아연이 2022년 5월 투자 유치 차원에서 MBK 스페셜시튜에이션스(SS)에 신사업 관련 내부 자료를 넘겨줄 당시 두 회사는 해당 내용에 대해 비밀유지계약(NDA)을 맺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MBK는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인수전에 본격 뛰어들었고, 고려아연은 MBK측이 비밀유지계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MBK는 고려아연과 NDA를 맺은 곳은 ‘스페셜시튜에이션’ 부문이고, 고려아연 M&A를 진행하는 곳은 ‘바이아웃’ 부문으로 정보교류 차단막인 소위 ‘차이니즈월’이 설치돼 있어서 고려아연의 내부정보가 넘어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올해 초 금융당국은 공개매수 대상 회사 정보를 사전에 지인들에게 전달해 부당이득을 얻게 한 혐의로 MBK SS 소속 직원을 수사당국에 고발했고, 검찰은 지난달 수사에 착수했다.

금융위는 업무집행사원과 임직원에 대해서도 해임요구, 직무정지, 고발 또는 수사기관 통보 등을 할 수 있다.

자본시장법은 또 금융위의 승인이 없더라도 투자자(LP)가 업무집행사원의 위반행위 등을 감시·견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펀드 위탁운용사(GP)의 고유 업무 수행이 현저하게 불합리하거나 문제가 있다고 할 경우 출자자(LP)가 거기에 대해 관여할 수 있는 법적 여지가 있어 제도를 눈여겨 봐주셨으면 한다”고 말한 것은 이러한 자본시장법 조항과 관련이 있다.

이 원장은 또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와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장점과 부작용이 있어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해놓은 상태”라며 “상반기 중 결과가 나오면 이를 기초로 금융위를 중심으로 점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위는 지난해 PEF와 관련된 문제가 많다고 판단해 전반적인 문제점을 들여다보기 위해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이 원장의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2023년말 기준 국내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1126개, 약정액은 136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무집행사원은 422사로 나타났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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