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권기섭 경사노위 위원장

계속고용, 국민연금·입법 고려해 4월까지 마무리해야

2025-03-07 13:00:03 게재

“노란봉투법이야말로 경사노위 의제” … 사회적 대화 의무화, 기본은 정하고 예외사항은 노사자율에 맡겨야

12.3 계엄사태 이후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 불참 선언으로 경사노위 논의가 멈췄다. 지난해 8월 취임한 권기섭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인터뷰에서 “한국노총이 3월에 경사노위 참여 여부에 대해 정확한 입장을 주겠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면서 “한국노총이 들어온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이 경사노위에 복귀하면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계속고용위)와 ‘일·생활균형위원회’가 재가동된다. 플랫폼노동이나 산업전환을 논의할 의제별위원회와 업종별위원회가 설치되고 계층별위원회인 청년위원회 구성 논의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권 위원장은 “만약 정치 상황변화에 한국노총 불참이 길어진다면 사회적 대화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전반적인 제도나 기구에 대한 개편 논의 필요성이 대내외적인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노총의 결정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이 참여와 불참을 반복하는 것에 대해 그는 “노동운동은 정치적일 수가 있지만 사회적 대화는 너무 정치적이면 안된다”면서 “사회적 대화가 정치적 이해관계의 도구로 활용된다면 노동정책 결정에도 안좋다”고 말했다. 우선 정치적 이해나 유불리와 상관없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권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는 지금의 정치적인 양극화 또는 적대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라며 “가장 중요한 참여 주체이고 사실상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 온 한국노총이 대승적 차원에서 사회적 대화의 목표, 사회정치적 의미를 생각해서 결단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기섭 경사노위 위원장은 고용노동부에 30년간 몸담은 정통 관료다. 경북 예천 출신으로 대전 보문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제36회 행정고시로 고용부에 입문해 고용서비스정책관 직업능력정책국장 근로감독정책단장 고용정책실장 노동정책실장 산업안전보건본부장 차관을 지냈다. 사진 경사노위 제공

●현재 우리나라는 저성장, 기후위기·4차산업혁명에 따른 산업전환, ‘트럼프 2.0’ 등으로 대내외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피크 코리아’ 이야기도 있다.

한국의 노동시장이나 노동법제에 대한 큰 변화가 있었던 시기는 1998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때인데 모두 외부적인 요인들이었다. 이번엔 안팎으로 왔다. 밖으로는 미국 트럼프정부의 공급망의 재편에 따른 세계 무역질서가 바뀌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만 하면 좋은데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라는 문제가 있다. 사실상 노동시장의 생산성과 혁신의 위기가 왔다. 이런 대외적인 위기와 함께 내부적인 저성장의 위기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해야 하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노사가 전향적으로 임하지 않으면 피크 코리아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 노동시장의 변화·혁신 또는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결국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중요해 보이는 데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나.

정부가 획일적으로 노동규율을 규제하거나 정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옛날 보상시스템으로는 지금의 생산성의 위기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는 거다. 생산성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보상시스템으로 바꿔는 것이 큰 과제다. 획일적인 규제를 벗어날 수 있도록 노동법을 현대화해야 한다. 결국은 노사관계 안정에 달렸고 일률적으로 다 규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예외 조항들을 노사가 합의해서 정리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노사관계의 안정성은 기업 내의 민주적인 자율성들이 더 확보되는 쪽으로 가야 지금의 변화를 감내할 수 있다. 임금에 대해서는 생산성 기반 또는 연공성을 완화하는 개편이 이뤄져야 계속고용 문제, MZ 세대에 대한 동기 부여 등 전반적인 기업 내 활력을 높일 수 있다. 양극화 문제와 관련해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초기업 단위에서 교섭, 대중소기업 상생 등이 제기돼왔다. 이런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대타협이 일어나야 한다.

●고령자 계속고용이 현안이다.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4월 말까지 계속고용에 대한 방안을 마무리하겠다. 한국노총이 경사노위에 복귀하지 않더라도 공익위원 권고안 형태로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노총이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반발했다.

한국노총이 들어오지 않으면 당연히 계속고용위나 일·생활균형위의 논의 사항을 종결하고 권고안을 발표해야만 한다. 계속고용의 경우 여야는 물론 국회의 관심이 높기 때문에 논의에 대한 준거를 제시한다는 차원에서라도 발표해야 한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60세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3년 차이가 난다. 올해 하반기 국회에서 어떤 식으로든 계속고용 관련 입법을 마무리해야 한다면 4월까지는 논의가 정리돼야 최소한 국민연금 논의와 결을 맞출 수 있다. 어쨌든 더 늦출 수 없다는 것은 노사도 동의할 것이다.

●또 “2013년 정년 60세 법제화 당시 사회적 대화 없이 여야 합의로 통과되면서 지금의 정년연장 계속고용에 대한 갈등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당시 정부는 노사에서 사회적 대화를 충분히 한 뒤에 입법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여야가 합의를 하는 바람에 임금체계 개편에 대해 노력 의무 조항으로 들어갔다. 정년연장 또는 고령자 계속고용을 할 수 있는 바탕이 되는 임금체계 개편이 최소한 논의되고 준비만 됐더라도 지금처럼 어렵지는 않았다. 임금체계 개편도 임금피크제 외에는 활용하지 못했다. 직무나 근로시간 조정 등 임금체계 개편을 혁신했어야 했다. 그에 대한 준비나 대비가 안됐다.

●계속고용에 대한 노사의 쟁점은 무엇인가.

노동계는 임금과 근로조건에 특별한 변동이 없는 법적인 정년연장을 원하고 있다. 경영계는 임금체계 개편이 전제되지 않는 계속고용은 어렵고 아니면 선택권을 달라는 것이다. 아직 노사간 견해차가 크다. 고용의 안정성을 확보를 하는 대신 임금·근로시간 직무의 조정을 어떻게 균형있게 정리를 할 것인가가 큰 숙제다. 정부도 고령자 노동시장에 대한 취업 지원이나 훈련서비스를 만들어야 된다. 만약 임금조정이 됐을 때 임금보전시스템을 고민해야 되고 국민연금 이외에 노후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퇴직연금 개편도 생각해야 한다. 노사가 기존의 틀을 깨고 서로의 고민을 인정하고 들어가야 합의될 수 있다. 청년세대의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는 임금체계 개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노총이 회의체에 참여하더라도 실무급에서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계속고용위나 일·생활균형위도 활동 기한이 6월까지다. 한국노총이 회의체에 들어온다면 노사에 패스트트랙을 제안할 생각이다. 지금도 매주 공익위원들이 모여서 대화를 촉진할 수 있는 대안들을 만들고 있다. 실무적으로 전혀 움직일 수가 없다면 공익위원들이 노사정 대표회의에서 합의할 수 있는 중재안을 빨리 내놓아서 속도감과 생산성 있는 논의를 하도록 해야 한다.

경사노위가 의제를 수탁받는 구조를 개방해 국민들의 민원이나 의제들도 다룰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형평성 시비에서 벗어나려면 노사뿐만 아니라 논의과정도 더 개방해 공론화해야 한다. 공익위원들의 권위와 역할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

●1998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의 일환으로 시작된 한국의 사회적 대화는 26년 동안 여러 부침이 있었다. 그간의 사회적 대화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사회적 대화가 중요한 위기 때마다 성과를 냈고 또 중요한 아젠다들에 대해서는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한국의 사회적 대화에 대해 내부에서는 박하게 평가할지 모르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높이 평가하고 있다. 노동3권이 보호되지 않을 때는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사회적 대화가 가동됐고 한국 사회의 경쟁력이 떨어질 때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로 역할을 했다.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는 대통령 직속이기 때문에 당연히 정부의 의제를 우선적으로 논의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제 경사노위가 의제를 수탁받는 구조를 개방해 국민들의 민원이나 의제들도 다룰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또한 형평성 시비에서 벗어나려면 노사뿐만 아니라 논의과정도 더 개방해 공론화해야 한다. 공익위원들의 권위와 역할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

●사회적 대화도 정부 주도에서 노사 주도(중심성)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기업별 노사관계에서 사회적 대화는 엄청난 한계가 있다. 경사노위는 양극화 문제라든지 기업 내에서 풀 수 없는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들을 논의할 수 있는 유일한 법적 기구다. 노사가 주도성을 가지려면 더 필요한 대표성과 역량에 대한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 역량은 정책 역량뿐만 아니라 책임성이 더 필요하다. 기업별 노사관계에서 회원사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해야 한다. 중요한 정책이나 입법 과제들에 대해서 사회적 대화를 통해서 논의하게 강제 의무화해야 한다. 이런 것들을 제도적으로 만들고 정책 역량이나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국회에서 사회적 대화 기구를 만들자는 주장도 있다. 국회의 사회적 대화와 경사노위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국회는 사실상 그 자체가 사회적 대화의 최종판이다. 국회로 가기 전 유일한 법적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위원회를 잘 운영할 수 있는 개선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현재 여야의 정치적 대립관계 속에서 국회 내 사회적 대화 기구가 운영된다면 우려가 있을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노동문제가 정치화되는 거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대화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양보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노사는 이해관계에 매몰돼 유리한 진영에 서버리는 쉬운 길을 선택할 것이다. 국회에 별도의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어 운영한다고 달라질 것이 있을까라는 생각이다. 여야 정치의 회복과 기존의 사회적 대화 기구를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두차례 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된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재발의됐다. 노동시민단체와 야당은 노동약자 보호를 위해 시급히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나 원·하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좋은 취지라 할지라도 실제 법안의 완결성을 살펴봐야 한다. 사용자성을 확대했지만 당사자의 정의나 범위를 넓히는 걸로 노조법에서 다 작동을 할 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다. 사용자의 범위만으로 교섭이나 조정이나 쟁의 절차가 현재 시스템으로 그걸 따라갈 수 있는 지를 봐야 한다. 사실 강행 규정과 처벌 조항을 포함한 복잡한 법안이다. 원·하청 문제를 해소를 하는데 원청노조와 하청 사업주에 대한 얘기가 없이 원청 사업주와 하청 노동자를 연결시켰다. 법상으로도 복잡한 문제인데 원·하청 4개 주체들의 연대와 공감대가 전제되지 않으면 안된다. 세밀한 검토 없이 법제화하면 엄청난 후유증과 반발로 사실상 연착륙하기 힘들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이야말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의제다. 경사노위에서 논의한 적이 없다. 여야합의로 경사노위에 의제 논의를 요청한다면 노사, 공익위원과 함께 해법을 마련해 보겠다.

●반도체 업종의 위기 극복을 위해 주52시간제 특례 적용을 담은 반도체특별법이 화두다.

‘된다’ ‘안된다’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을 해야 한다. 반도체 업종 특례가 가지는 의미는 노동이 정치화가 되거나 교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노동법을 만드냐의 문제다. 노동법의 기본은 당연히 정부가 정하고 기준을 정해야 되지만 예외적인 상황들에 대해서는 노사가 재량을 가지고 합의로 결정하도록 범위를 넓혀줘야 한다. 업종 특성, 노동시장 환경, 기술변화도 다른데 일률적으로 획일화할 수가 없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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